[사설] 주한미군 재배치론 왜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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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이 올 가을에 주한 미2사단을 한강 이남에 재배치하자고 제의했다고 한다. 북핵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나온 미국의 이러한 제의는 우리 안보에 매우 심각한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이미 우리 정부는 북핵 해결 전 주한미군 재배치 반대 등 3원칙을 미국 측에 제시했는데 미국이 왜 이렇게 나오는가에 대해 심층분석을 해야 한다.

미국이 이렇게 나온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새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조성됐던 반미정서의 폭발과 그에 편승한 듯한 집권세력의 행보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새 정부 측이 북핵 사태와 관련해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한.미 동맹관계의 재조정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 것은 미국을 매우 자극했다.

다른 하나는 북한 미사일과 방사포의 사정거리 안에 있는 주한미군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측이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론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발을 보인 것이 단적인 예다.

최근 대통령의 이라크전 파병 결단과 외교적 노력으로 한.미 균열의 파고가 한풀 꺾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국회 대표연설에서도 재배치 및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 논의를 북핵 해결 이후로 미루자고 재천명한 것 역시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지난 실수는 실수이고 문제는 이제부터다. 주한미군을 둘러싸고 협상 등이 시작될 텐데 우리의 입장이 무엇이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5월 방미에 앞서 우리가 무슨 안을 갖고 임할지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우리 제안은 한반도에서 안보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한.미동맹의 기조하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대통령도 말했듯이 안보의 위기상황이 초래되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경제난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의 어리석음을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미국에도 우리의 변화된 자세를 확실히 하면서 조기 재배치론 등은 한반도의 안보를 해치는 감정적 대응임을 경고해 중단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