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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표팀 출정식] 이기고 돌아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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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튀니지에 0-1로 졌지만 관중은 야유 대신 박수를 보냈다. 대표팀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출정식에서 대형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뉴시스]

‘가슴으로 아픔을 함께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SEWOL 14.04.16’.

 28일 한국과 튀니지의 축구 대표 평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현수막에 적힌 글귀다. 축구 대표팀 서포터스 ‘붉은 악마’는 킥오프 후 16분간 침묵했다. 지난달 발생한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서다. ‘16’은 이날 오전까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수다. 반우용 붉은 악마 의장은 “붉은 악마가 있을 자리는 경기장이며, 해야 할 일은 대표팀 응원이다. 태극전사들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붉은 악마도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붉은 악마는 애국가 종료 후 ‘We are Korea!’란 카드섹션을 펼쳤고, 대한축구협회도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란 테마로 출정식을 치렀다.

 이날 5만7112명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체력 저하’에 발목을 잡혔다. 한국(FIFA 랭킹 55위)은 튀니지(49위)와 평가전에서 전반 44분 주하이에르 다우아디(26·클럽 아프리카인)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졌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 프랑스전(2-3패) 이후 출정식에서 12년 만에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5만7112명의 관중 대부분은 경기 후 출정식을 끝까지 지켜보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기성용은 긴장을 한 탓인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왼손으로 했다. [뉴시스]

 홍명보(45) 감독은 4-2-3-1 포메이션으로 정예 멤버를 총가동했다. 원톱 박주영(29·아스널), 양쪽 날개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25·스완지시티) 등이 베스트11로 나섰다.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 등번호를 대폭 바꿨다.

 튀니지는 브라질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에서 카메룬에 1무1패로 밀려 탈락한 팀이다. 애초 한국의 본선 2차전 상대 알제리를 염두에 둔 가상 파트너로 여겨졌다. 하지만 튀니지는 1차전 상대 러시아와 유사했다. 1m80㎝가 넘는 장신들이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측면 역습을 펼쳤다. 한국은 전반 44분 일격을 당했다.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걷어낸 볼이 기성용을 맞고 다시 넘어오면서 순간적으로 뚫렸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2일 선수들을 소집해 전술 훈련보다는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본선에 맞춰 ‘V자’ 형태로 컨디션을 떨어뜨렸다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때문인지 한국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웠다. 박주영은 실전 감각이 떨어졌고, 손흥민·이청용 등 유럽파들은 지쳐 보였다. 홍 감독은 “ 선수들이 몸을 만들어가는 상태라 100% 완벽한 상황은 아니었다. 월드컵 러시아전(6월 18일)에 맞춰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우려하던 부상은 피했다. 수비수 홍정호가 후반 15분 발목에 태클을 당해 교체 됐지만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은 내달 10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치른다.

송지훈·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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