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작업 『승정원일기』개서 출간…국배판 천면의 백41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학 연구의 기초사료인 조선시대의 『승정원일기』가 18년간의 사업으로 개서 출판되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간행한 이 『승정원일기』는 국배판 크기의 1백41권(각 권 1천여「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양의 역사기록으로 1960년에 착수, 그동안 축사 원고만 38만1천9백54장에 2억1천2백여 만원의 경비가 소모됐다.
승정원일기는 조선시대에 왕명을 출납하던 승정원에서 날마다 취급한 문서와 사건을 기록한 것.
인조원년(1623)부터 강희 4년(1910)까지 조선왕조 후반기 2백88년의 기록원본 3천2백45권이 서울대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승정원의 제도가 완성된 때는 세종15년(1433)으로 한달에 1권의 일기를 작성하고 사건이 많을 때는 2권 이상을 내기도 했으나 임진왜란·이괄의 난 등으로 소실되어 약 반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승정원일기는 국가의 모든 기밀문서를 자세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왕조실록보다 귀중한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국사를 맡은 의정부와 관리의 비행을 감찰·규탄하는 사헌부, 왕의 잘못을 간하는 사간원, 경적·문한·원문을 맡은 홍문관의 3사를 비롯, 모든 공사·출납을 승정원이 맡았기 때문이다.
현존 일기는 유일본이어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없고 그 내용도 한자의 난초이기 때문에 해독이 매우 어려운 형편. 따라서 국학연구가들이 손쉽게 읽게 원본의 난초를 해서로 쓰고 구독점을 찍어 편의를 도모했다. 이 작업에는 국내의 저명한 한학자 70명이 참가했고 교정에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간행기획을 맡았던 신석호 박사는 원본에 기재돼 있는 순서대로 편집했으나 영조시대에 개수한 인조 1년∼경종 1년까지 99년간의 일기 5백48권은 기사 앞뒤 문장이 맞지 않고 제본도 잘못된 것이 있어 확실한 것은 순서를 바꿨다며 도저히 해득할 수 없는 글자는 원형대로 그려 넣었다고 밝혀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국사편찬위는 승정원일기 색인목록도 곧 간행할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