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꺼려하지'도 '내켜하지'도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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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라벤더·구문초·마늘즙·오렌지껍질·쑥-.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여름밤의 불청객, 모기가 꺼려하는 것이다. 천연 모기 퇴치제인 셈. 실내에 모기가 싫어하는 식물 라벤더·구문초를 두면 모기를 쫓을 수 있다. 모기는 마늘에 첨가된 황성분도 꺼려한다. 마늘즙을 창틀 등에 발라 두면 모기가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오렌지껍질을 말려 태우면 껍질 속 살충성분이 모기를 내쫓는다. 우리 선조들은 마당에서 쑥을 태워 모기를 쫓았다.

 사물이나 일 따위가 자신에게 해가 될까 하여 피하거나 싫어하다, 개운치 않거나 언짢은 데가 있어 마음에 걸리다고 할 때 ‘꺼려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꺼리다’고 해야 바르다. “모기가 꺼려하는 것이다” “황성분도 꺼려한다” 등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모기가 꺼리는 것이다” “황성분도 꺼린다”로 바루어야 한다.

 ‘싫다-싫어하다, 기쁘다-기뻐하다, 슬프다-슬퍼하다’의 예와 같이 ‘꺼리다’에 ‘-어하다’를 붙여 ‘꺼려하다’로 쓰는 것으로 보이나 ‘꺼리다’는 그 자체로 동사다. 형용사를 동사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어하다’를 붙여 사용할 이유가 없다.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 ‘싫다·기쁘다·슬프다’에 ‘-어하다’를 붙여 동사 ‘싫어하다·기뻐하다·슬퍼하다’로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꺼려하다’가 아니라 ‘꺼리다’가 올바른 표현이므로 “달콤한 향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 냄새를 꺼려할 듯싶다” “극성스러운 모기 때문에 아이들은 여름방학에 시골 가기를 꺼려했다” 등은 모두 ‘꺼릴’ ‘꺼렸다’로 고쳐야 한다.

 ‘내켜하다’도 잘못 쓰이는 말이다. ‘내키다’는 형용사가 아니다. 그 자체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는 뜻의 동사이므로 굳이 ‘-어하다’를 붙여 쓸 필요가 없다. “당초엔 전원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별로 내켜하지 않아 하더라고요” “그들과 함께 가는 것에 대해 우리 가족은 썩 내켜하지 않았다” 등과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내켜하지 않아’ ‘내켜하지 않았다’를 ‘내키지 않아’ ‘내키지 않았다’로 각각 바꿔야 문법적으로 옳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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