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디자이너가 만드는 안마의자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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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역삼동 바디프랜드 사무실에서 디자인연구소 직원들이 안마의자 축소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이 회사 디자인 인력은 전체의 5%인 15명으로, 중소기업으로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김경빈 기자]

지난 24일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바디프랜드 타워. 디자인팀 직원들이 컴퓨터 스크린의 안마의자 신제품 디자인과 실제 축소 모델을 살펴보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싱가포르 오심이나 일본 파나소닉 같은 글로벌 업체들도 한 해 신제품을 한 개 정도 내는데,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4개의 신제품을 출시했어요. 올해도 신제품이 속속 나올 예정이라 디자인팀 직원들이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디자인을 총괄하는 김택(40) 사업전략본부장의 말이다.

 2000년대 초·중반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두 종류로 갈렸다. 고급 시장은 파나소닉·후지의료기·산요 등 일본 기업의 독무대였다. 저가 시장은 중국에서 제작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을 파는 국내 업체들이 난립했다.

 2007년 설립된 바디프랜드도 초기엔 중국산 OEM 제품을 들여다 팔았다. 하지만 이렇게 해선 장기적으로 전망이 없었다. 바디프랜드는 두 시장 중간의 중고가 시장을 새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동환(50) 부사장은 “고령층 타깃에 집중했던 일본 업체와 달리 30~40대를 노려야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거실에 놔두는 안마의자에 인테리어 개념을 도입해야 젊은이들이 찾을 것으로 판단했다.

 2007년 홍익대 디자인연구소와의 디자인협약을 시작으로, 2011년 이노디자인과 디자인 공동개발 협약을 했다. 자체 디자인팀도 강화했다. 스포츠카·요트 등 하이엔드 품목을 디자인하던 인재들을 채용했고, 지난해엔 이노디자인 출신인 김택 본부장을 스카우트해 디자인연구소를 만들었다. 본사 340여 명의 인력 중 디자인연구소 인력만 15명이다. 항공기의 퍼스트클래스석 같은 파격적 디자인의 제품들이 잇따라 나왔다. 반면 가격은 1000만~1500만원인 일본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싼 280만~450만원대로 책정했다. 최고가 모델(판매가 450만원)인 팬텀은 지난해 ‘굿디자인어워드’에서 업계 최초로 대상을 받았다.

 디자인과 융합한 연구개발(R&D)에도 열심이다.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이미 출원했거나 출원 중인 특허가 30여 개다. 시장의 반응도 좋다. 2010년 188억원이었던 매출은 2011년 340억원, 2012년 650억원, 지난해 8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1550억원이 목표다.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지난해 국내 안마의자 시장점유율 1위(판매 대수 기준)다.

 바디프랜드 조경희(67) 대표는 “올 하반기에 중국 시장에 나가는 등 연내에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34곳인 체험관 및 직매장도 매달 2곳 정도씩 추가해 올해 50여 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건강관리 종합 솔루션 회사’를 표방하며 지난해 말 가정용 현미도정기인 ‘맘스밀’과 이탈리아산 천연 라텍스 매트리스 ‘라클라우드’도 출시했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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