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안전점검 1척에 13분 '겉핥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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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3분. 목포해양경찰서가 해양수산부와 함께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여객선 한 척당 걸린 시간이다. 목포해양서는 지난해 7월 12일 낮 12시20분부터 3시까지 160분 동안 목포여객터미널 선착장에서 여객선 12척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대형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뤄졌다. 점검반 인원은 목포해양서 해상안전과장과 해수부 담당 사무관 등 4명에 불과했다. 점검 내용은 ▶여객선 정원 초과 승선 여부 ▶구명설비 비치 및 관리실태 ▶선내 방송시설 정상작동 및 비상훈련 실시 여부 등이었다. 이들은 한 항목당 4분 만에 점검을 끝낸 뒤 “특이점 없음”이라고 결론지었다.

 통영해양경찰서는 같은 날 해상교통계장과 해수부 담당 주무관 등 4명이 2시간에 걸쳐 2척의 선박만 점검했다. 점검 대상은 22척이었으나 10%에도 못 미치는 선박만 살펴본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당시 해경이 하계 특별점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포·통영·인천 등 세 곳만 검사항목을 특정해 불시에 조사했다”며 “목포의 경우 여객선이 모두 근처에 정박해 있어 검사시간이 단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동해해양경찰서는 월례점검표(32개 항목)에 따라 1일부터 12일 동안 여객선 6척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동해해양서 안전점검 담당자는 “통상 배 한 척당 안전점검에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료를 공개한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전진한 소장은 “차량 안전점검만 해도 며칠이 걸리는데 선박 한 척당 13분이면 그냥 겉모양만 둘러본 것”이라며 “구체적인 체크리스트 등을 토대로 시간을 충분히 갖고 점검하도록 관련 법규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박의 노후화도 문제다. 한국해운조합이 지난해 발간한 연안해운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연안여객선 217척 가운데 20년 이상 된 선박이 67척(30.9%)에 달했다. 15~20년 된 선박은 69척(31.8%)으로 10척 중 6척이 15년 이상 된 노후 선박인 셈이다. 2008년 말 기준 전체 166척 가운데 20년 이상 된 선박은 12척(7.2%)에 불과했으나 5년 만에 55척이나 늘어났다.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여객선 선박 연령 제한이 25년에서 30년으로 상향 조정된 데 따른 것이다.

 목포해양대 김광수(해상운송시스템학) 교수는 “15년 이상 된 선박의 경우 반기에 한 번씩 특별점검을 하게 돼 있다”며 “선체 철판이 얇아지거나 피로 균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다 정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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