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인원 368 → 164 → 175명 … 정부 온종일 오락가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사고 상황을 보고 받았다. [뉴스1]

대형 사고가 터지자 정부가 또다시 우왕좌왕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승선자 명단도 제때 파악하지 못했고 구조자 숫자도 엉터리로 발표했다 번복했다. 중간에 구조자를 368명이라고 발표했으나 164명으로 정정했다. 204명이나 잘못 집계해 가족들을 크게 낙담시켰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 에 마련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구조인원으로 발표한 것과 나중에 확인된 것의 차이가 200명이나 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질책했다.

 중대본과 해양경찰청의 구조자수 혼선뿐 아니라 경기도교육청은 확인도 않고 탑승자 전원을 구조했다고 밝혀 혼선을 초래했다. 여객선 승선자들의 보호자와 국민은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을 지켜보며 분노했다.

 허술한 초기 대처 등 구조 작업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사고 직후 “여객선 객실과 엔진실까지 철저히 확인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해경·해군·소방방채청 소속 헬기와 선박 등이 동원됐지만 실종자가 284명이나 발생하는 사태를 막지 못했다.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해경 등 관련 부처는 사고 발생 13시간(오후 10시 기준)이 지나도록 여객선 승선자의 명단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해수부·안행부·해경은 승선자 숫자를 476명이라고 했다가 459명으로, 또다시 462명으로 정정해 혼선을 키웠다.

 실종자 규모를 정부가 잘못 발표하는 바람에 승선자 가족과 국민은 하루 종일 혼란스러워했다. 중대본은 16일 오전 10시 여객선에 476명이 승선했고 이 중 110여 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오전 11시9분쯤 경기도교육청은 출입기자들에게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와 국민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후 중대본은 오전 11시30분 161명이 구조됐다고 발표했다. 낮 12시30분엔 179명으로 생존자가 늘었다고 밝혔다. 이후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사망자들이 확인되면서 ‘학생 전원 구조’ 발표는 허위로 드러났다.

 더 심각한 것은 중대본이 오후 2시 “368명이 구조됐다”고 공식 발표한 대목이다. 이경옥 안행부 2차관은 오후 3시30분 “368명 구조는 집계 착오였으며 정확한 생존자 숫자를 확인해보겠다”고 번복했다. 오후 4시30분 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탑승자 459명 중 구조자는 164명에 그쳤고, 293명이 실종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오후 9시 중대본 측은 또다시 “선원 3명이 늘어 승선자는 모두 462명”이라고 정정하고 “구조자는 174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284명으로 줄었다”고 말을 바꿨다. 해경은 오후 11시쯤 구조자가 175명이라고 정정했다.

 성기주 해경 대변인은 구조자 착오에 대해 “해군과 해경, 민간어선 등이 구조에 참여했는데 민간어선의 구조 인원을 중복 계산해 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구조작업을 벌이면서 실종자 규모를 200명가량 다르게 발표하는 혼선을 빚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이 불행한 일을 당해 참담하다”며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해 생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대규모 수학여행을 가면서 학생 안전을 책임져야 할 학교와 교육청·교육부의 손발도 맞지 않아 혼란을 부채질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고 관련 사안 보고’ 자료에 따르면 알려진 사고 신고시점인 오전 8시58분보다 48분이나 이른 오전 8시10분에 제주해경 측이 “해당 여객선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이상 상황을 단원고에 통보한 것으로 돼 있다. 이런 통보가 제때 전달됐다면 귀중한 승선자들의 생명을 구할 시간이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제주해경 측은 “단원고에 그런 통보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매뉴얼 따랐는지 의문=재난 대응 매뉴얼에 따라 긴급 구조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다양한 형태의 복합 재난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라”며 “담당자들이 매뉴얼을 숙지해 실제 위기상황 시 매뉴얼대로 움직이는지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대통령 지시 이후 9일 만에 발생한 이날 사고에서 정부는 284명의 생사를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

 청와대에서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신인호 위기관리비서관 등 국가안보실 참모들이 위기관리센터에 모여 대응에 나섰지만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사고 현황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천인성·허진 기자, 세종=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