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정원 또 국민 신뢰 잃으면 반드시 문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어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또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학내 폭력으로 진주외고 학생 2명이 사망한 사건(본지 13일자 3면, 14일자 6면)과 관련해 “학교폭력은 범죄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학교폭력 신고는 갈수록 증가하는데 학교당국의 예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국정원 문제를 꺼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취임 이후 네 번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부실 검증으로 인한 장·차관 낙마 사태 (4월 12일), ‘윤창중 스캔들’(5월13일), 기초연금 축소로 인한 복지공약 후퇴(9월 26일) 논란이 벌어졌을 때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 14일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특검 수사와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이 문제를 6·4 지방선거 이슈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검찰은 윗선이 없다고 면죄부를 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며 “더 이상 특검을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총 후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가 없을 경우 해임촉구결의안을 내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의원도 이날 저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남재준 원장 해임 없이 국정원의 환골탈태가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김기춘 실장, NSC 멤버로=남재준 국정원장이 서울시 공무원 증거조작 사건으로 몰려 있는 가운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으로 참석하게 됐다.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NSC 운영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의결했다. NSC 위원장은 김기춘 실장과 같은 장관급인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대통령령인 운영규정에 따르면 NSC 상임위원은 외교부·통일부·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NSC 사무처장인 국가안보실 1차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국가안보실 2차장 겸임) 등 7명이었으나 한 자리가 늘었다. 민경욱 대변인은 “과거에도 비서실장이 NSC 상임위원에 임명된 적이 있었고, 최근 안보상황을 감안할 때 대통령 실장도 외교안보 분야의 상황을 인지할 필요성이 있다” 고 설명했다. 민 대변인은 “비서실장은 지금도 대통령이 소집하는 NSC 멤버에 포함돼 있는데 이제 상임위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춘 실장이 NSC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안보 분야에서도 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신용호·이윤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