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인부 살해 후 사고사로 위장, 20년 만에 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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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염전 주인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인부를 살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른바 ‘염전 노예’에 대해 전면 조사한 전남경찰청 도서인권보호특별수사대가 밝혀냈다. 그러나 20년 전에 일어난 일이어서 공소시효(15년)가 지나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건의 장본인인 염전 주인은 박모(59)씨다. 경찰은 살해 전모를 박씨의 염전 인부였던 유모(40)씨를 통해 알아냈다. 박씨는 1998년부터 염전에서 유씨에게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주지 않고 폭행했다. 10년 전 염전을 접은 뒤 식당을 하면서는 식당 종업원으로 부렸다. 그러다 “박씨가 예전에 염전 인부를 학대했다”는 첩보를 얻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유씨를 통해 염전에서의 인권 침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살해 진술을 받아냈다. 94년 염전에서 일하던 엄모(당시 43세)씨에 대해 박씨가 “일을 마음에 들지 않게 한다”는 이유로 손을 묶은 뒤 바닷물을 가득 담은 통에 빠트려 사망케 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시인했다. 당시 엄씨는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

 경찰은 또 2010년 박씨가 자신의 식당 근로자 최모(52)씨가 불평을 한다는 이유로 흉기로 찌른 사실을 확인하고 박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종업원을 흉기로 찔렀음에도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당시 주인 박씨는 최씨가 식당에서 넘어지면서 칼에 찔렸다고 둘러댔다.

 경찰은 이날 신의도에서 염전을 운영하며 인부 3명의 임금 1억원을 주지 않은 신안군의회 박용찬(59) 전 부의장을 구속했다. 경찰은 박 전 부의장이 인부들에게 “일을 못한다”며 수시로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잡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염전 인부들의 인권 침해와 관련해 염전 주인과 이들에게 인부를 넘긴 소개업자 10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36명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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