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무인기 시장 진입 … IT 공룡들 공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인터넷 회사 구글이 무인항공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과 치열한 경쟁 끝에 14일(현지시간) 무인항공기 회사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타이탄을 사려고 6000만 달러(약 624억2000만원)를 불렀지만 실패했다. 구글이 얼마나 웃돈을 얹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대신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영국 무인항공기 업체 애센타를 매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공권(制空權)을 차지하기 위한 인터넷 공룡들의 싸움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타이탄은 거인이란 이름과 달리 직원 수 20명 남짓의 작은 회사다. 미국에서 창업한 지 2년밖에 안 됐다. 이 작은 업체를 두고 구글과 페이스북이 접전을 벌였다. 무인항공기는 이름 그대로 사람을 태우지 않고 움직이는 비행기를 말한다. ‘UAV(Unmanned Aerial Vehicle)’ ‘드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리 입력한 경로에 따라 자동으로 날거나 사람이 원격으로 조정한다. 크기나 용도에 따라 종류는 여러 가지다.

 구글은 이날 성명에서 “낙후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난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데 타이탄의 기술을 이용하겠다”며 인도적 목적을 내세웠다. 물론 속셈은 따로 있다. 타이탄의 주력 제품은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무인항공기 ‘솔라라(Solara) 50’ ‘솔라라 60’이다. 보통 무인기 운항 항로보다 배는 높은 2만m 상공에서 날 수 있다. 태양광을 동력으로 하기 때문에 충전 없이 수년간 사용 가능하다. 훨씬 싼값에 다목적 인공위성처럼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이 타이탄을 사들인 진짜 이유다.

 페이스북은 무인항공기를 이용해 낙후 지역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인터넷 org’ 사업을 지난해 시작했다. 이 업무를 추진할 ‘커넥티비티 랩’도 설립했다. 구글처럼 인도적 이유를 앞에 내세웠지만 역시 꿍꿍이는 다른 데 있었다. NBC 방송은 “전 세계 3분의 2 인구가 아직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무인기를 통해 인터넷을 보급하려 한다”며 포화 상태인 기존 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노림수라고 설명했다.

 아마존과 DHL·도미노피자 같은 회사도 무인항공기를 활용한 배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군용으로 쓰인 지는 이미 오래다. 여기에 지도 제작, 재난 구호, 위험지역 수리, 농업에서 차세대 운송까지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기술이 초기 단계라 상용화까지 난관이 많다”(WSJ)는 지적에도 무인항공기 몸값이 계속 높아만 가는 배경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문턱도 낮아지면서 민간기업의 무인기 투자 규모는 크게 늘고 있다. 방위산업 전문 시장분석업체 틸그룹은 세계 무인기 총투자액은 앞으로 10년간 8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우려도 커졌다. 무인기는 높은 활용도만큼 악용될 소지도 크다. 사생활 침해, 항공 안전 위협, 공격용 무기화 등 여러 가지다. 무인기 시장이 가장 빨리 커지고 있는 미국에선 벌써부터 관련 법률을 정비하려는 논의가 한창이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구글의 타이탄 인수에서 알 수 있듯 무인항공기가 대유행을 탔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을 비롯한 항공당국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민간 무인기 관련 법규와 관련한 논의는 올해 의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현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