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폐지 찬성" 기초의원 71%, 국회의원은 4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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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군·구 선거 정당공천제는 뜨거운 감자다. 단점이 있는 반면 쓸모 또한 무시할 수 없어서다.

 일단 지난해 한국행정학회가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와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협의회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폐지론이 우세했다. 국회의원과 전문가, 시장·군수·구청장, 시·군·구 의원 656명에게 설문한 결과 72.6%가 ‘폐지’에 손을 들었다. 전문가는 폐지 찬성이 83.8%, 시·군·구 의원은 71%였다. 국회의원은 이 비중이 45.6%로 각 집단 중 가장 낮았다. 없애야 한다는 이유는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된다’(47.9%), ‘시·군·구 행정은 정치와 다르다’(27.6%), ‘공천 때문에 비리가 잦다’(19.1%)는 것 등이었다. 영남대 김태일(정치학) 교수는 “국회의원이 부리기 좋은 사람 공천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역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인물이 기초의원이 되게 만드는 공천제는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없앨 경우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2876명의 시·군·구 의원을 뽑는 데 6781명이 나왔다. 이렇게 많은 기초의원 후보의 됨됨이와 실력까지 유권자들이 일일이 파악할 수 없기에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인데, 공천제가 없어지면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의정지원센터 주재복(49) 소장은 “도덕적이고 능력 있는 후보를 검증해 공천하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공천제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일정 기간 연수를 통해 검증받은 인물만 후보 공천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 하혜수(행정학) 교수 역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 정치 아카데미’를 만들고, 각 정당은 여기를 이수하는 것을 공천의 기본 요건으로 삼자”고 했다.

 한양대 최병대(61) 교수는 “정당 공천이 말썽을 일으키는 지역도,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며 “지방선거 때 공천제 찬성·반대 투표를 함께 실시해 실제 다음 번 선거에서 적용해보는 등 선택권을 각 지역 주민에게 주어보자”고 제3의 길을 제시했다.

◆특별취재팀=장대석·황선윤·홍권삼·김방현·신진호·최모란·윤호진·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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