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빅히트 5년차 … "대기업선 허드렛일 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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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구두 전문 중소기업 안토니에서 근무하는 김민욱(28)씨는 요즘 일할 맛이 난다. 그가 최근 제작한 펌프스(앞코가 둥글게 파인 여성용 힐)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안토니 매장 매출 순위 5위까지 올랐다. 대기업에선 구두를 디자인하는 사람과 이를 만드는 사람이 다르다. 그러나 그는 입사한 지 5년도 안 돼 디자인에서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도맡아 구두 한 켤레를 완성한다. 김씨는 “만일 틀에 박힌 대기업이었다면 아직도 허드렛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화를 수집하는 게 취미였을 정도로 신발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전공도 전문대 제화패션학과를 택했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안토니에 입사했다. 김씨는 “전문대보다는 4년제 대학,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낫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며 “그러나 단 한 번도 내 선택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공기업 입사에 목을 매는 현실 속에서 ‘회사의 크기가 꿈의 크기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있다. 자신만의 꿈을 찾고 실현하기 위해 강소기업을 택한 젊은이들이다.

건강기능식품 전문 중소기업인 비타민하우스에 지난해 입사한 박진성(34)씨. 이 회사 온라인 매출을 책임지는 건강종합쇼핑몰 ‘VH몰’의 관리는 이 늦깎이 새내기가 맡고 있다. ‘직원이 흥미를 갖는 업무에 배치한다’는 인사원칙 때문이다. 박씨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성과를 인정받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점도 강소기업의 매력이다. 고급합성수지 바닥재를 만드는 녹수의 이규호(27)씨는 “취업이 안 된다고 계속 스펙 쌓기에 몰두하기보다 중소기업에 들어가 현장경험을 빨리 쌓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소기업에서의 경험은 창업의 밑거름이 된다. 대학 졸업 후 주류유통 기업에 근무하다 2012년 창업한 김덕렬(36) 테니커피 대표. 그는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확보한 인적 네트워크와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음료 케이터링 사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소기업도 달라지고 있다. 독특한 기업문화로 인재가 몰린 구글처럼 특별한 중소기업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제니퍼소프트는 주 35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지하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시간도 근무 시간에 포함시킨다. 안토니에선 직원들이 메르세데스-벤츠 스포츠카를 빌려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장 주변에 위치한 직원 전용 승마장에서 승마도 즐길 수 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사회가 성장하려면 창의력·상상력·혁신적 사고로 가득찬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며 “이런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 인재들을 끌어오게 되면 청년 실업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이런 기업을 적극 소개할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이달 말 20~3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취업·창업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청년포털(www.young.go.kr)’의 문을 연다. 30개 이상 공공기관의 지원 정보를 통합 제공하며, 전문가들이 ‘청년서포터’로 활동할 예정이다.

◆특별취재팀=손해용·김영민·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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