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요 살아나 … 주상복합 인기 되살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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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은 “내가 거주할 집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주택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중견 건설사에서 보기 드물게 사업비 1조5000억 원대의 대규모 초고층 주택 시공을 직접 하기로 했다. [사진 아이에스동서]

“주택은 회사가 짓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짓습니다.”

 중견건설회사가 초고층 건물을 제대로 짓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아이에스동서 권혁운(64) 회장. 다음 달 부산시 용호동 바닷가에서 서울 남산과 비슷한 높이의 69층(246m)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인 ‘W’를 분양한다. 서울 뚝섬 갤러리아포레(45층),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80층) 이후 6년 만의 초고층 주택이다. 전용면적 98~244㎡ 1488가구로, 총 사업비가 1조5000억원대에 달한다. 권 회장은 대형 건설사에 시공을 맡기는 ‘공식’에서 벗어나 직접 시공키로 했다. 지난 17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권 회장을 만났다.

 - 초고층 건물은 고도의 안전과 정밀함을 요구하는데.

 “초고층도 일반 건축물처럼 설계 매뉴얼에 따라 짓는다. 회사 규모와는 상관없다. 중견 건설사들도 초고층 아파트를 많이 지어왔다. 설계와 인력이 관건이다. 국내 최고의 구조설계회사로 꼽히는 센구조연구소 등이 설계를 맡았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등 국내에서 초고층 사업을 가장 많이 감독한 한미글로벌이 공사관리를 한다. 여기다 우리는 2006년 해운대 아델리스(47층)를 지은 경험이 있는 데다 서울 강남과 인천 송도의 초고층 건설공사를 주도한 인력을 갖고 있다.”

 - 직접 시공이 더 유리한 점이 있나.

 “시공사가 가져갈 이윤을 아끼게 된다. 그만큼 비용이 적게 들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 분양가를 3.3㎡당 평균 1400만원대 후반으로 잡고 있는데 시공을 다른 회사에 맡긴다면 3.3㎡당 60만원가량 올라갈 것이다.”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상복합의 인기가 떨어졌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집값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경기가 좋아졌다. 주택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2~3년은 갈 것 같다. 여기다 W는 기존 주상복합의 단점을 극복했다. 집 안의 내부 기둥을 없애 실제 사용면적을 많이 넓혔다. 확장된 베란다를 포함하면 공급면적만큼 쓸 수 있다. 일반적인 주상복합의 공급면적 대비 실제 사용면적 비율은 80% 선이다. 앞뒤로 바람이 통하기 때문에 자연환기가 이뤄진다. 음식물쓰레기를 주방에서 바로 흡입시스템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 야경이 장관인 광안대교와 부산 앞바다, 바닷가, 도심의 4가지 조망도 가능하다.”

 그는 “내가 사용할 자신이 없는 물건을 어떻게 팔겠느냐. 나도 한 채 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1989년 일신건설산업을 설립했다. 2008년 건축자재 제조회사인 동서산업을 인수해 지금의 아이에스동서를 만들었다. 그 뒤 사업을 확장해 현재 한국렌탈·아이에스해운 등 1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08년 109위이던 이 회사의 시공능력 순위는 지난해 87위로 껑충 올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00여억원에서 3000여억원 으로 3배가량 늘었다. 전체 그룹의 매출도 1600억원에서 7000억원 정도로 뛰었다.

 -주택 이외 분야에 진출한 이유는.

 “주택사업은 빗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과 같아 부침이 심하다. 저수지처럼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해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그렇다고 전혀 엉뚱한 분야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마감재 등 주택건설과 관련 있는 업종이다. 계열사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집을 짓기 때문에 주택의 품질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 해운(아이에스해운)은 건설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 해운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어 내가 잘 아는 분야다.”

 - 건설업을 주력사업으로 가져갈 건가.

 “현재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건설업 비중을 30%까지 낮출 계획이다. 건설업의 비중이 너무 크면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저가수주 등으로 수익성 없는 사업을 하게 된다. 적정한 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유지하려면 규모를 너무 키워서는 안 된다.”

 - 경영에서 실적을 우선시하나.

 “기업은 이윤을 내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일하다가 그릇을 깬 데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일을 안 하면서 그릇을 안 깨는 게 심각한 문제다. 실수를 동반한 끊임없는 도전이 기업의 성장을 낳는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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