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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이쑤시개 사용은 해로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하루는 치주과에 큰 기업체를 운영하는 J회장이 동네 치과 의사의 소개로 오셨다.
사나흘 전부터 위 왼쪽 어금니 잇몸 주위가 붓기 시작하면서 아프고 이가 솟아오르듯 해서 음식을 씹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쿡쿡 쑤시는 동통이 와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아침 일찍 동네 치과 의원을 다녀서 왔다는 것이었다.
J회장은 매년 치석제거도 하고 식후에도 칫솔을 사용하는, 비교적 구강보건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다. 면밀하게 진찰을 해보았다. 방사선검사도 별 이상이 없었다. 단지 잇몸이 딸기모양 부었었고 잇몸을 누르니 고름이 나왔다. 그런데 우연히도 치 주위 밑 부분에서 부러진 이쑤시개 조각이 발견되었다. 이쑤시개 조각이 급성 치주 농양을 일으킨 것이다.
국소마취 후에 치은소파기로 고름과 부러진 이쑤시개를 다 제거하여 건강한 치주(잇몸)를 되찾게 했음은 물론이다6 이쑤시개는 잘못 사용하면 J회장의 경우처럼 잇몸과 치아를 해칠 수 있다.
치과 학계에는 이쑤시개 사용에 대해서 양 논이 있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는 이쑤시개 사용이 해롭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이쑤시개 사용이 잇몸과 치아를 보호하는데 오히려 유익하다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물론 분명한 목적의식과 올바른 사용법을 알고· 쓰도록 되어있다.
이쑤시개는 치아 사이의 잇몸이 치주 병으로 소실되었을 때 그 자리에 끼는 치태와 백색물질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고 잇몸에 적당한 자극을 줌으로써 혈액순환을 왕성히 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이쑤시개를 치아장축에 대하여 직각으로 넣지 말고 45도 각도로 경사지게 넣어서 치아사이에 댄 후 잇몸을 약간 누르면서 내외 운동을 해주면 치주 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들을 잘 제거해서 예방할 수 있다. 지나치게 힘을 주어서 사용하면 J회장처럼 부러진 조각이 치주농양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 백승호(연세대 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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