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냐, 물가냐 기로에 선 일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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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경제기획청이 내외여건의 변화를 고려, 새로운 경제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시산 한 장기 「매크로·모델」은 앞으로의 경제정책이 중대한 목표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것을 나타내어 주목을 받고있다.
경제기획청은 이미 성안했던 중기적 경제정책 운영지침인 경제사회기본계획(계획기간 73∼77년)이 내외의 급격한 여건변화 때문에 실태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점을 감안하여 이에 대신할 새로운 경제계획 수립에 착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획청은 76년을 기점으로 하는 경제계획 입안의 기초작업으로 73년부터 85년에 걸친 장기 「매크로·모델」 시산을 했던 것이다.
이 시산은 일본경제가 수입 원자재가 앙등, 복지 향상, 환경보전 요청 등으로 중대한 전환점에 선 것을 전제로 하여 새로운 여건변화와 요청에 응하면서 균형 있는 경제발전을 계속하기 위한 진로를 찾자는 데 목적을 두고있다.
시산한 결과를 요약하면 ⓛ85년까지 사회보장 급부의 대 GNP(국민총생산)비율을 현재의 2배로 끌어올리고 44년 당시의 깨끗한 물과 공기를 찾는 등 복지향상을 기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7·1%의 실질경제 성장률이 필요하다 ②기간 중 도매·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각각 연 5·7%, 7·4%로 고 물가가 계속하나 물가를 억제키 위해 성장률을 떨어뜨리면 국제수지가 벽에 부닥쳐 복지정책 실현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시산의 전제조건은 세계적인 「인플레」가 특히 기초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장기간 계속 됨으로써 기초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경제가 산업구조·가격체계에 큰 변혁을 일으키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 두었다.
구체적으로는 ①세계수입신장률이 수량 「베이스」로 연 8·2%(61년∼73실적과 같다)로 하고 ②원자재의 수입가격, 제품 수입가격은 각각 연평균 7·5%, 4·1%라는 높은 상승을 지속한다고 보았다.
반면 목표로는 ①85년 사회보장 급부의 대 GNP 비율을 73년의 배로 끌어올려 구미 선진국 수준인 11·8%로 하고 ②주휴 2일제에다 장기 휴가제를 도입하여 연간 노동시간을 현재의 2천 2백 시간에서 1천 8백 시간으로 단축하며(미국은 현재 1천 9백 50시간) ③BOD(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 배출 부하량을 현재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로 떨어뜨리는 것 등으로 44년 당시의 물과 공기를 찾는다는 것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 목표를 이루려면 연평균 7·1%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필요한데 그 동안 물가 상승이 두드러져 일본의 물가 「패턴」인 「도매 물가 안정·소비자 물가 상승」이 붕괴된다고 시산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물가를 억제키 위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면 생산성 향상에 「브래이크」가 걸리고 결국 수출경쟁력 약화·국제수지 악화가 일어나 복지목표도 낮게 잡아야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특히 물가 면을 보면 ①계속되는 해외 「인플레」로 수입 「인플레」가 지속된다 ③정책목표인 생활환경 개선에 대한 정부투자는 생산능력 확대로 연결되지 않고 수요만을 늘린다 ③공해방지 투자 증대에 따라 주요산업의 자본계수가 상승한다는 복합요인으로 인해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물가냐, 복지냐 하는 정책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는 것을 시산은 말하고 있다.
물론 이 시산에서는 성장률이 7·1%가 되려면 85년에 5억㎘의 석유공급(연 5%의 공급증가)과 2억t의 철강생산(현재의 2배)이 소요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어 물량조달 여부로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어떻든 앞으로 정책선택을 놓고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킬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앞으로 일본 경제정책이 잡을 방향은 우리에게도 큰 관심거리가 되고있는 것이다.

<이종호 기자>

<73∼85년의 일본경제 장기전망>

<전제>
ⓛ세계수입신장률(연평균 수량 베이스) 8.2%
②원재료 수입가격상승률 7.5%
제품 수입가격 상승률(연평균) 4.1%

<시산 결과>
ⓛ85년도 GNP(명목) 522조 엥
②실질경제성장률(연평균) 7.1%
③도매물가상승률(〃) 5.7%
④소비자물가상승률(〃) 7.4%
⑤임금상승률(〃) 15.7%
⑥85년도 경상수지흑자 130억 불

<정책목표>
ⓛ85년도 사회보장 급부의 대 GNP 비율 11.8%(현재5.4%)
②85년도 1인당 주택대지 면적 28㎡(현재 20㎡)
③사회자본축적 보충을 위한 생활관련 투자 누적액 180조 엥
④주휴 2일제 실시와 연휴 7주간
⑤환경: 44년 당시 수·공기를 되찾음
⑥기초 수지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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