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두 아들 의사로 키운 아빠 그가 말하는 '큰 교육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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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아빠의 기적
함승훈 지음
중앙북스, 228쪽
1만3800원

아내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섯 살, 세 살 두 아들이 남았다. 서른다섯 살 아빠는 박사 과정의 유학생 신분. 1990년 일이다.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 두 아들은 세계적 의대인 헝가리 데브레첸대를 마치고 날아오를 참이다. 아빠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의대 진학 전문 대안학교의 이사장이다. 이들의 지난 이야기를 담았으니 ‘3부자 성공담’이라 짐작할 수 있다.

 한데 아니다. 눈물을 자아내는 절절함도 없지만 유아독존 식의 뻐김도 없다. 그저 낮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전할 뿐이다. 그런데 울림이 크다. 곡진하고 핍진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떠난 후 독일에서 공부하던 아빠는 아이들을 서울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데려온다. 보호자도 없이 두 아들만 비행기를 태워서다. 이 얘기를 전하며 “믿는 것에서부터 도전은 시작된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무엇보다 ‘강심장’이 돼야 한다. 아이를 기르는 일 자체가 큰 용기와 결단을 요구하는 시대다. 아이는 부모가 기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와 부모가 힘을 합쳐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라고 토로한다.

 이제 짐작이 가겠다. 좋은 학원, 명강사 등 잔걱정이 넘치는 ‘헬리콥터 맘’의 교육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제목 그대로다. 소신껏,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아빠식 ‘큰 그림 교육법’이 흡사 기적 같은 일을 만든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맏이에게 동생을 딸려 독일로 유학 보낸 뒤, 모처럼 찾아간 아빠가 귀국하던 날 막내는 가지 말라며 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유학을 바란다는 걸 확인했고, 자신의 선택을 믿었던 아빠는 눈물을 머금고 그대로 떠나온다.

 “그 때 무너졌다면 지금의 아이들이 있었을까. 많은 부모가 아이가 약해지는 순간 덩달아 무너진다. 아이는 계속 자라나고 있으며 그 과정을 통과해내는 것은 온전히 아이의 몫이다. 성장은 언제나 고통 다음에 온다.” 지은이의 회고다.

 큰 원칙만 담긴 게 아니다. 실질적 조언도 실렸다. 아이들에게 젓가락질과 바둑·태권도·축구를 일찍부터 가르쳤단다. 자연스럽고 품위 있는 젓가락질은 사람을 달라 보이게 한다는 이유도 그렇지만 바둑을 가르친 이유도 눈길을 끈다. 머리가 좋아지라고 한 것이 아니다. 함께 마주앉아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다.

 부모라면 곰곰 새겨볼 구절이 책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있다. “당장 문제 한 개 못 푼 걸 가지고 실패라고 생각하면 안 돼. 공부에 실패란 없어. 포기하는 게 실패지.” “천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도 그 돈이 아무렇지 않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아이들도 알 필요가 있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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