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 때 고개 드는 뇌졸중, 새벽운동은 피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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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술 교수가 뇌졸중 질환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10~11월이면 뇌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바빠진다.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증가하는 뇌졸중 환자 때문이다. 뇌졸중은 피떡(혈전)으로 뇌에 산소·영양을 공급하는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병이다. 이런 뇌혈관 질환은 단일 질환으로선 국내 사망 원인 1위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 장경술 센터장도 15일 새벽 갑자기 쓰러진 환자를 응급수술했다. 인천성모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에서 4회 연속 급성기 뇌졸중 분야 1등급을 받았다. 뇌졸중학회로부터 뇌졸중 전문치료실 인증도 받았다. 인천·부천 지역에서 뇌종양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장경술 센터장은 “이른 아침 출근하던 50대 여성에게 갑자기 뇌출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앓은 고혈압 때문에 뇌혈관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진 것이다. 고혈압성 뇌출혈이다. 장 센터장과 응급의료진은 환자 도착 후 20분 만에 터진 혈관을 막고 흘러나온 혈액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작했다. 환자는 신속하게 수술을 받아 큰 후유증 없이 회복 중이다.

장 센터장은 “인구 고령화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으로 뇌졸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흡연·알코올도 영향을 준다. 최근 젊은 뇌졸중 환자도 증가 추세다.

뇌졸중은 신속하게 응급처치하지 않으면 행동·언어·인지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사망할 수도 있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 손상이 시작된다. 뇌세포는 한 번 죽으면 다시 살릴 수 없다. 장 센터장은 “특히 고혈압성 뇌출혈과 기형적으로 생긴 뇌혈관이 터지는 뇌동맥류 파열은 사망률이 약 40%에 이른다”고 말했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환자는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한쪽 팔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거나 발음이 어눌한 증상을 보인다. 한쪽 눈이 안 보이고 물체가 겹쳐서 두 개로 보인다.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도 한다. 이때 병원의 신속한 처치가 환자의 치료 결과를 좌우한다.

장 센터장은 “뇌출혈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4~5년 내에 약 25%가 재발한다”며 “뇌졸중에 따른 후유증을 줄이고, 사망을 피하려면 3시간 내에 혈전용해제를 이용해 막힌 혈관을 뚫거나 터진 혈관을 막는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의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가 뇌졸중 극복의 핵심인 셈이다. 인천성모병원은 인천지역에서 처음으로 뇌졸중 전문 치료실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뇌졸중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신경외과·신경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한의학과·정신과 전문의 21명을 포함한 50여 명의 의료진이 팀을 이뤄 45분 만에 치료를 시작한다. 장 센터장은 “뇌졸중은 예방·진단·치료를 아우르는 진료시스템이 갖춰져야 치료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주요 위험 요인인 고혈압을 개선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속보·조깅·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에 30분 정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게 효과적이다. 뇌졸중 환자에게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필수다. 운동 시간은 새벽보다 기온이 올라간 오후가 좋다. 하지만 무거운 역기 들기, 팔굽혀펴기처럼 순간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혈압을 높여 혈관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혈압 조절을 돕는 칼륨이 풍부한 과일·채소를 즐겨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식은 싱겁게 먹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한다. 혈관을 망가뜨리는 담배는 끊고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과로·스트레스를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장 센터장은 “뇌졸중은 60~7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뇌졸중 증상을 숙지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류장훈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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