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도대체 MB는 왜 집권했는가? (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박명림
연세대 교수
베를린자유대 초빙교수

지난 중앙시평에 대한 박재완 전 장관의 반론은 뜻밖이었다. 평소 흑백논리를 극복하지 않으면 국민통합·대안모색·국가발전이 어렵다고 주장해 오고, 또한 노무현정부에 대해서도 자주 비판해 온 필자가 ‘흑백논리’에 바탕한 ‘왜곡’과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받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글은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을 ‘성장포기-분배중시-좌파정책’으로, 대북정책을 ‘퍼주기’로 규정한 담론과 공약을 사실에 바탕해 성찰하고 흑백논리를 넘어 함께 미래를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사실에 근거할 때만 진영논리를 넘어 중용적 대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과 “다른 조건을 고려할 때”는 비교의 기본이 되나, 어느 쪽이건 자기평가에 관한 한 오류에 해당되지 않는다.

 우선 “경제와 연계된 성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는 진단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 납득하기 힘들다. “우리의 1인당 GNI는 2007년 세계 43위에서 2012년 27위로 껑충 뛰었다”는 핵심 주장은 사실 왜곡이다. 2007년 통계에는 포함돼 있던 한국보다 상위 16개국이 2012년에는 빠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즉 한국은 제자리였다. 상당수 국가의 국민소득이 뒷걸음쳤다는 주장도 오류로서 같은 기간 대부분 선진국들은 1인당 GNI가 한국보다 크게 증가했다. 위기에 빠진 일본(3만7660→4만7870달러)조차 한국(2만1140→2만2670달러)보다 크게 증가했다. 심각한 경제위기로 정체·역진된 국가들이 일부 있었으나 한국은 하나도 따라잡지 못했다(세계은행, 2013).

 경제 제일을 주창한 MB정부는 건국 이래 가장 낮은 성장을 기록했다. 박 전 장관이 제시한 분배 문제에 대한 통계는 향후 더 깊이 논의돼야 하지만 그 주장이 맞는다면 흑백논리는 더 분명해진다. 노무현정부 경제정책을 ‘성장 없는 분배’ ‘복지만능’ ‘좌파정부’로 공격한 담론은 허구였다는 점이 된다. MB정부는 노무현정부보다 더 낮은 성장에도 더 많은 분배를 실시한 좌파정부가 되기 때문이다. 대북 현금 지원을 비판해 온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 퍼주기 논의도 균형을 요구한다. 박 전 장관은 개성공단 교역을 내부거래라며 필자가 퍼주기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경협과 교역에 관한 그의 논리는 맞다. 그러나 필자는 대선 시 MB진영의 담론을 따라 정부 공식 통계를 있는 그대로 제시했을 뿐이다. 같은 논리에서 퍼주기가 아니라고 반론한 쪽은 당시 MB진영과 MB정부가 아니라 외려 퍼주기 담론을 비판하던 진영이었다. 그의 진술은 퍼주기 담론이 사실 왜곡과 흑백논리였다는 자기고백인 셈이다.

 대북 송금을 퍼주기라고 하더라도 MB정부의 문제는 심각하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2차 북핵실험, 천안함 폭침이 계속되던 임기 전반 동안 앞 정부보다 더 많이 송금한 자기부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인도적 지원은, MB가 후보 시절부터 북핵 문제와 관계없이 지속하겠다고 했으므로 퍼주기에 포함시키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도적 지원 부문이야말로 MB정부 들어 경제 교역 및 대북 송금과는 달리 급감했다. 퍼주기가 아닌 부분을 감소시킨, 역시 자기모순이었다.

 만약 퍼주기 담론이 “대북 지원이 핵무기가 되어 돌아왔다” “안보 위기를 증대시켰다”는 주장이라면, 앞 정부들의 정책과 함께 더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지만 MB정부의 논리를 따를 때 경협, 송금,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면 안보태세와 국방정책이 남는다. 그러나 여기서도 자기모순은 계속된다. 안보 약화다. MB정부는 처음으로 한 정부에서 두 번이나 북핵실험을 당했다. 게다가 천안함 폭침을 통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깊숙한 곳까지 뚫리는 안보 허약을 노출했다. 지상포격으로 군인과 민간인이 동시에 희생된 것도 MB정부가 유일하였다.

 그러나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노무현정부 8.8%, MB정부 5.3%로, 전체 예산에서 국방예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5년 평균 15.44%에서 14.70%로 모두 전자가 더 높았다. 분단국가로서의 경직적 예산구조와 북핵 악화 상황에 비춰 보수정부로서 이례적인 하락이었다. ‘국방개혁 2020’의 전체 예산을 앞 정부보다 20조원 이상 감축한 것도 MB정부였다. 즉 보수우파정부는 반북·안보강화 정권이고 민주개혁정부는 종북·안보약화 정권이라는 흑백담론은 실제 정책·안보태세·국민피해·예산규모에 비춰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흑백논리와 진영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금번 토론이 노무현-MB정부의 공과를 넘어, 또 진보-보수 양분논리를 넘어 미래 국가전략을 함께 모색하는 건설적 지혜 창출로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베를린자유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