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확대책 폐기 … 전력 수요 조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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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 비중이 지금과 같은 20%대로 유지된다. 당초 전체 전력량의 41%까지 늘리려던 정부 계획이 백지화되는 것이다. 부족한 전기는 요금 인상 등으로 수요를 줄여 맞추기로 했다.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합동 워킹그룹(총괄 위원장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은 13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정책제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책제안은 11월까지 두 차례 공청회를 거쳐 12월 정부 안으로 확정된다. 에너지 기본계획은 5년마다 향후 20년간의 중장기 수급계획을 만드는 것이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13년부터 2035년까지를 다룬다.

 정책제안에 따르면 2035년까지 원전의 전력생산 비중은 22~29%로 유지된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발전설비에서 원전의 비중은 26.4%다. 2008년 수립된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원전의 경제성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감안해 2030년까지 41%로 비중을 높이기로 했었다. 김창섭 위원장은 “이해 관계자별로 입장이 매우 달라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았으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현재 원전 수준인 20%대를 유지하는 선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제안이 확정되면 전력수급과 원전 정책이 30여 년 만에 대전환을 맞는다. 정부는 1978년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지은 뒤 35년간 원전 건설로 전력 공급을 늘려 수요를 맞추는 양적 확대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요관리를 통한 에너지 관리’에 중점이 두어진다. 발전소를 더 짓기보다 불필요한 수요를 줄이거나 효율적으로 관리해 2035년 예상 수요의 15%가량을 감축한다는 것이다. 워킹그룹은 이를 위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발전용 유연탄에 과세하고, LNG와 등유의 세금은 경감하는 쪽으로 에너지 가격체계를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신재생에너지나 자가발전량의 비중은 현재보다 3배가량 커진 전체 발전량의 15%로 제시됐다.

 그렇다고 당장 노후 원전을 폐기하거나 새 원전 건설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계속 증가할 경우 적정 원전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건설이 필요할 수 있다”며 “현 추세라면 2020년까지의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민관합동 워킹그룹=2008년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는 정부가 초안을 마련해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 확정했다. 그러나 올해 수립된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정부와 시민사회·산업계·학계 관계자 60여 명이 참여해 5개월 동안 논의 후 합의를 통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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