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안방 대학」|실험권 TV교육 곧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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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를테면 안방에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대학, 그리고 일단 졸업을 하면 어느 대학에 못지 않은 자격이 국가적으로 인정된다는 그런 식의 대학이 지금 영국에서 문을 열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 이색대학은 최근 2만5천명의 신입생을 접수, 내년 1월부터 영국 국립대학의 하나로서 정식 발족하게 된다.
공식명칭을 오픈·유니버시티라고 하는 이 대학 실험성으로 해 영국내외의 적지 않은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우선 학생은 대학에 다닐 필요가 없다. 교수가 매일 밤 학생을 집안으로 찾아와 강의를 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물론 TV 전파 망을 통해서다. 그러니까 학생은 자기 집 안방 아랫목에 누워서도 거뜬히 정규대학을 다닐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고등」교육기관의 학생이 될 자격에도 연령 또는 공식적인 교육배경 등 종래에 있어 온 제한이나 조건 같은 것도 없다. 실상 이번 초년도 입학지원자 가운데는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수인들까지 끼여 학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 대학의 이색성이란 이 정도에서 그친다.
한 국립대학으로서의 지향이나 그 교육의 질적 수준의 보장문제에 있어서는 기존 정규대학들과 견주어서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사학위를 얻자면 학생은 최저 총30 학점을 취득해야 하며 그러자면 평균 4∼5년에 걸쳐 주당 10시간의 수강을 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매년 여름에 2주일동안 각기 지도교수와의 면접「세미나」와 시험을 치르게 마련이라 제대로의 실력의 축적 없이「얼렁뚱땅 학위를 딴다」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학·경학·농학 등 실험시설을 요하는 분야 외의 인문계와 자연계 및 사회과학을 망라한 이 대학의 학사학위 과정지도는 일류 교수들이 담당, 소정과정을 마친 졸업자들은 어디서나 그 자격을 인정하도록 국가적으로 보장받게 돼 있다.
영국정부가 설립자금 5만「파운드」(약 40억원)를 지출, 5년 전부터 계획, 준비해온 이 「오픈·유니버시티」의 설립목적은 어떠한 이유로 건 정규대학 교육의 기회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향학의 진을 터 주자는 데 있다는 것이다. 또 그 바탕에는 전 가호에 뻗친 TV보급망을 질 높은 대중교육이라는 보다 생산적인 목적에 활용하자는 발상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이 방송대학이「원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정규대학 교육을 마련해줄 수 있을 정도까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그러나 그것이『최대수의 시민들에게 최저가격으로 최고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마련한다』는 이상의 실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의「오픈·유니버시티」개교는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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