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사회학과 허창덕 교수는 2009년부터 학생들에게 ‘영어 과외’를 하고 있다. 매일 오전 7시면 강의실에 도착해 두 시간씩 가르친다.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소설과 타임지 등 시사지를 함께 읽고 영어로 문답한다. 허 교수는 “취업을 고민하는 학생이 많다 보니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졸업생 류경철(29·KB국민은행 재직)씨는 “소설을 달달 외우게 하는 교수님의 혹독한 과외 덕에 토익 점수를 끌어올렸고 취직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학과는 취업 진로에 따른 맞춤형 교육 과정도 운영 중이다. 기업, 미디어, 연구·교직, 공공영역, 시민사회 활동가 등 다섯 가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전 교수가 한 코스씩 맡아 학생들을 지도한다. 이 덕에 비수도권 사회학과 중 취업률(65.5%, 2011년 기준)이 가장 높다.
전공·어학에 중점을 둬 기본기를 키운 곳도 많았다. 전국 47개 철학과 중 취업률(66.7%)이 가장 높은 경성대 철학과엔 교수·학생이 함께하는 소모임이 활발하다. 교수 6명 중 4명이 인문학 책 읽기, 영어 에세이, 글쓰기, 전공학습 모임 등을 지도한다. 김재기 학과장은 “인문학적 기본기를 키워 전공과 취업,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는 2007년 사학과에서 이름을 바꾸면서 커리큘럼을 개편했다. 정통 역사학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배운 역사 지식을 다큐멘터리 등 영상으로 구현하거나(영상역사학의 이론과 실습), 연극 시나리오를 쓰고 연극작품을 만든다(사료의 소재 분석과 스토리텔링). 최희수 교수는 “학생들이 이벤트 기획, 방과후 프로그램 사업 등 문화콘텐트산업 전 분야로 취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과의 취업률(77.8%)은 서울대(80%) 다음으로 높다.
국제화로 경쟁력을 끌어올린 곳도 많았다. 취업률 1위인 건양대 금융국제학과(80.0%)는 전공 과정에서 영어 사용 비율을 단계적으로 올린다. 배세영 교수는 “신입생은 전공 용어만 영어를 쓰는 수준이지만 4학년 강의는 교재, 수업, 질의응답 등을 100% 영어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한은화·하선영·성시윤·윤석만·이한길 기자
자료 수집·분석=김효진·안세환 연구원 univ@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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