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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중고 매장은 북적 … 팔려는 사람 점차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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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6일 서울 명동의 한 명품 중고 매장. 4층짜리 진열장은 루이뷔통·구찌·버버리 등의 가방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25㎡(8평) 정도의 작은 매장이지만 10분에 한 명꼴로 손님이 찾아왔다. 이런 명품 중고 매장은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명동 거리에만 4곳이 있다.

 계속되는 소비 부진에 카드빚을 내더라도 물건을 구매했던 명품족도 ‘실속형 소비’로 갈아타고 있다. 중고 명품을 사려는 사람만큼 팔려는 사람도 많아진 게 요즘 추세다. 잘 안 들고 다니는 루이뷔통 가방을 팔기 위해 나왔다는 임선진(30)씨는 “이것저것 사다 보니 현금서비스와 신용대출 이자만 한 달에 16만원씩 나와 꼭 필요하지 않은 것부터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고 명품 가격은 실제 백화점 매장가보다 최대 70~80%까지 저렴하다. 매장가는 620만~760만원에 달하는 ‘샤넬 캐비어 클래식’의 경우 중고시장에서는 350만~400만원대에 거래된다.

 명품수선집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명동 명품 수선가게 진열대에는 수십 켤레의 명품 구두와 수십 개의 가방 등 고객들의 수선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수선집을 들른 박신선(38·주부)씨는 “페레가모 구두가 살짝 찢어져서 수선을 맡기러 왔다”며 “솔직히 예전 같으면 새 구두를 샀을 텐데 요즘 불황에 물가도 비싸다 보니 고쳐 신어야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나왔다”고 설명했다. 명품 구두 수선비는 평균 2만원 수준이며, 가방은 5만~10만원 정도다. 30년 넘게 명동에서 영업 중인 명품수선점 사장 김승준(52)씨는 “수선을 맡기는 고객이 3년 전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늘었다”며 “고객층도 40~50대 주부에서 30대 여성으로까지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지영·박태희·구희령·김영민 기자, 신혜진 인턴기자(고려대 영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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