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후 건강관리법] 귀·눈·피부 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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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구멍은 S자 모양으로 생겨 한번 들어간 물이 다시 나오기 힘들다. 특히 어린이는 물로 인한 귀 염증이 잘 생긴다. [뉴스1]

휴가를 맞아 물놀이를 다녀온 신의철(가명·54)씨. 귀가한 날부터 귀가 붓기 시작하더니 고름이 나오고 심지어 얼굴 일부가 마비됐다. 물속 녹농균이 귀를 거쳐 안쪽 뼈까지 염증을 일으킨 것이다. 신씨는 당뇨병을 앓고 있어 균에 더 취약했다는 것이 의사의 설명이었다. 휴가 후유증으로 얻은 질환,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당뇨병 환자·어린이 특히 조심해야

물놀이로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이 귀 질환이다. 소리이비인후과 이호기 원장은 “귀는 안쪽 기관과 통하는 길이 밖으로 노출돼 있어 물이 쉽게 들어오지만 잘 빠져나가지 못해 세균에 쉽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흔히 걸리는 귀 질환은 외이도염이다. 외이도는 귓구멍 입구와 고막 사이를 연결하는 길이다. 물과 접촉하면 염증이 쉽게 생긴다. 외이도염 환자는 8월에 집중돼 지난해엔 29만여 명에 이르렀다.

물이 들어간 뒤 2~4일이 지나면 통증이 시작된다. 물 자체가 외이도를 습하게 해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녹농균이 함께 침입하면 상황이 악화된다. 이호기 원장은 “귀가 간지럽고 먹먹한 느낌이 들면 면봉 등으로 귀를 파는데, 이때 상처가 생겨 염증반응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당뇨병 환자나 어린이는 청력 손실까지 올 수 있다.

병원에선 내시경을 이용해 외이도를 깨끗이 청소한다. 또 염증이 악화하지 않도록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제를 바르고 전신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항생제를 먹는다. 이호기 원장은 “초기에 치료하면 일주일 내에 낫지만 오래 방치하면 치료도 어렵고 청력 손실까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이염도 생길 수 있다. 이 원장은 “고막에 구멍이 나 있는 아이들이 많은데 평소 증상이 없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물놀이를 하면 콧속으로 들어간 물이 관을 타고 고막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고막에 영향을 줘 당장 청력 손실이 생길 수 있다. 물놀이 후 아이가 귀를 계속 잡아당기거나 잘 안 들린다고 하면 검사를 받아 본다. 초기에는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로 염증을 가라앉히면 되지만 염증이 심해진 뒤 병원에 가면 고막을 바로잡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물속 바이러스에 눈동자 감염 땐 시력 이상

물놀이 후에는 눈도 잘 살펴봐야 한다. 물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가 있다. 유행성각결막염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와 아폴로눈병을 일으키는 엔테로바이러스다.

아데노바이러스는 눈의 까만 동자 부위에 문제를 일으킨다. 압구정연세안과 이동호 원장은 “바이러스가 시력을 담당하는 각막 중심(까만 동자)에 염증을 일으키므로 시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보통 바이러스 감염 후 3~5일간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처음엔 눈이 아프고 이물감이 느껴지다 진행되면 염증이 퍼져 눈꺼풀이 붓는다. 염증이 림프선까지 침범하면 귀까지 아프다. 유행성각결막염이 의심되면 항생제와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가려움증을 줄이기 위해선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다. 이동호 원장은 “까만 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렌즈를 쓰기도 한다. 염증이 악화되면 까만 동자에 흰 점 같은 염증물질이 생겨 시력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엔테로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와 조금 다르다. 까만 동자가 아닌 흰자위를 침범한다. 이동호 원장은 "흰자위 결막 혈관을 터뜨려 눈이 빨갛게 되는 게 특징이다. 안구통증·이물감은 물론 전신무력감·근육통도 생긴다”고 말했다. 치료법은 유행성각결막염과 비슷하다. 항생제·항히스타민·스테로이드제를 쓴다. 초기라면 1~2주 내로 치료된다.

바다·풀장 다녀온 뒤엔 무좀·사마귀 조심

물놀이 후 피부 발진이 생길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은희철 교수는 “물속 포도알구균이 문제”라고 말했다. 수일간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발진에서 시작해 울퉁불퉁해지다가 짓무름이 생길 수 있다. 이때 피부과로 와서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크림을 바르면 3~6일 후 염증이 가라앉는다.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무좀이나 사마귀를 옮아 오기도 한다.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은 “수영장을 다녀와 발 주변 흰 버짐 같은 게 수일간 보인다면 무좀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초기에는 2주만 연고를 발라도 낫는다. 사마귀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티눈 같은 게 생긴다. 강 원장은 “단순 굳은살로 생각하고 수개월간 놔두면 사마귀 뿌리가 깊고 넓어져 치료하기 매우 힘들다”며 “처음엔 냉동요법으로 치료하지만 후엔 항암제 같은 독한 약을 써야 낫는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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