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 틀 만든 6개월 … 이젠 일자리 창출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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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제68주년 광복절인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을 갖고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1974년 8월 15일 오전 10시23분 제29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 서울 남산의 국립극장. 단상에 앉아 있던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재일동포 문세광의 흉탄에 쓰러졌다. 그로부터 39년이 흐른 뒤인 15일 제68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단상엔 육 여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이 섰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아버지가 연설하시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바로 그 행사에서 경축사를 하는 박 대통령을 보니 느낌이 묘했는데 대통령 자신은 어땠겠느냐”고 반문했다. 흰 재킷과 검은색 바지를 입은 박 대통령은 19분간의 연설 동안 42번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환하게 웃던 평소와 달리 이날은 엷은 미소만 보였다. 비슷한 시각,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선 육 여사의 추도식이 열렸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엔 매년 추도식에 참석했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위대한 여정은 계속됩니다’라는 부제가 붙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과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 6개월의 시기가 준비기간이었다면 앞으론 국정운영의 ‘성과’를 내기 위해 매진하겠다는 걸 부각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은 국정운영의 틀을 설계하고 만드는 과정이었다”며 “이제 구체적인 실행과 성과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2기 청와대’ 개편을 전후해 이 부분을 강조해 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 기반구축 등 4대 국정기조를 열거한 뒤 이를 위해 과거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린 기본이 바로 선 국가, 헌법적 가치와 법질서의 존중, 잘못된 관행과 부정부패 바로잡기 등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위한 대한민국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특히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을 경제 살리기에 두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틀을 구축해 왔다”며 “앞으로는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역량을 더욱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상반기에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 하도급 규제 등 경제민주화 법령을 정비해 경제적 약자를 돕는 게임의 룰을 만들었고, 지난 5월에는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경기침체 위기의 급한 불을 껐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강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때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정부를 믿고 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옛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어려울 때일수록 작은 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이어 “새 정부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아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을 통해 함께 커가고, 창의와 열정으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역동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며 “그 길에 저도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 대통령으로 나서서 전 세계를 상대로 우리 경제의 지평을 넓히고 우리 기업들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기업의 경제활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고, 기업활동을 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정책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 개편안으로 촉발된 증세 논란의 와중에도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추가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온 정부가 투자 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당근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글=허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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