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대치 20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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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공군에 의해 납북의 발목을 잡힌 JAL소속 「보잉」727기는 김포공항의 활주로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1일의 아침을 맞았다. 승객과 승무원 1백여명(범인들 제외)은 과격한「테러」분자들의 억압과 위협 속에 감금되고 있는 듯 기체내의「커튼」을 모두 드리우고 있다. 『인도적 입장에서 승객만이라도 내려줄 것』을 요구한 우리정부의 집요한 설득에도 범인들은 『자폭위협』으로 팽팽하게 맞섬으로써 김포공항의 긴장과 흥분상태는 만 24시간이 지난 l일 하오 3시 30분 현재 계속되고 있다.
동이 트기 시작한 4월 1일 상오 5시 45분 관제탑을 통해 JAL본사직원은 『하구청씨의 아버지가 5시간 전 일본에서 「쇼크」로 죽었다.』 『그 만이라도 석방해달라.』고 말하자 납치범들은『본인에게 소식만 알리고 석방은 못하겠다』고 계속 버티었다.
이때 기장 석전 씨가 나와 『빨리 북괴로 모두 떠나게 해 주는 것이 빠른 해결책이다』라고 말했다. 또 석전 기장은 『비행기 안에는 권총 폭탄 등이 많으므로 자폭할 염려가 있다. 납치자들이「가나야마」대사와 JAL 한국 지사장들과의 협상을 원한다』고 계속 요구해 왔다.
날이 완전히 밝은 상오 8시 대책본부는 JAL 본사측의 요구에 따라 한국 직원 정수길씨를 통해「콜라」2상자, 「박스·런치」1백인분, 구급약 3「박스」, 안전 면도기 2「박스」, 휴지 1통,「슬리퍼」1백 켤레를 전해주었다.
이날 정씨가 이 물건들을 전하려고 비행기에 접근하자 범인들은 관제탑으로 『조종석 앞 우측 10m 전방에 놓고 가라』고 통고해왔다.
정씨가 접근하자 묶여있던 기장을 풀어 주었고 기장에게 무엇인가 귓속말을 주고받았고 기장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정씨에 의하면 조종석에는 괴한 2명이 계속 감시하고 있으며 반쯤 가려진 승객창구를 통해 본 승객들은 지극히 무표정했다.
2O여 시간 동안의 설득에도 1일 상오 11시 30분까지 납치범들이 승객들을 풀어주지 않자 JAL측은 범인들의 요구대로 비행기를 띄워보자는 건의를 당국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상오 JAL측은 범인들이 현재 극도로 피로한 석전 기장을 다른 조종사와 바꿔 운항하도록 허락한다면 비행기의 이륙을 허가할 뜻을 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JAL측은 1일 석전 기장과 바꿔 타기 위한 조종사 3명 등 승무원 7명을 대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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