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샤오린, 동갑내기 시진핑과 어릴 때부터 막역한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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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시진핑(가운데)과 리샤오린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왼쪽).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리샤오린 회장에게 일본 등 각국 언론이 붙인 수식어다. 리 회장 자신은 ‘특사’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듣는 곳은 없었다. 지난해 8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 중 수교 20주년 기념식엔 뜻밖에도 시진핑 당시 국가 부주석이 참석해 분위기를 띄웠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함께 행사를 준비한 리 회장의 힘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리 회장에겐 늘 시 주석과 가까운 사이란 평이 따른다.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勳)이 부총리 출신인 데 반해 리 회장의 아버지 리셴녠(李先念)은 마오쩌둥(毛澤東)과 류사오치(劉少奇)에 이어 세 번째(1983~88년)로 중국 국가주석을 역임했다. 시진핑과 리샤오린 모두 1953년생 동갑내기다. 두 사람이 중국 고위 지도자들의 근무처이자 숙소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같이 자랐을 것임을 감안하면 어릴 적부터 막역한 사이란 말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

 리 회장은 자기 주장이 강하다. 리셴녠이 여식을 어떻게 키우느냐는 미국 손님의 물음에 “내 말은 전혀 듣지 않고 독립적으로 크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결혼 상대도 리샤오린 스스로 택했다. 그는 배우자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자신만을 위하는 사람이 그 기준이었다. 결국 같은 우한(武漢)대학 영문과에 다니며 함께 문학을 논했던 류야저우(劉亞洲)와 결혼했다. 리셴녠은 “결혼은 지지하나 이혼엔 반대한다”는 말만 했다.

 현재 중국 국방대학교 정치위원인 류야저우 상장(上將·중장에 해당)은 총이 아니라 문필의 힘으로 세상에 우뚝 선 인물이다. 중동전쟁을 소재로 쓴 『악마가 연출한 전쟁』 등 그의 많은 저서가 중국군 교재로 이용되고 있다. 류야저우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88년 중국작가협회 대표단을 이끌고 서울에서 열린 국제작가협회 회의에 참석했을 때 한국이 중국과의 수교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고 중국에 돌아가 이 사실을 고위층에 보고했다. 이후 자신이 직접 한·중 수교 비밀협상에 참여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리샤오린 회장은 75년 중국민간외교의 첨병인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에 번역 담당의 말단 직원으로 들어가 36년 만인 2011년 회장이 됐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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