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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한국 따라잡는 게 중국 부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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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리샤오린 중국 대외우호협회장이 23일 청와대를 예방해 박근혜 대통령과 환담을 마친 뒤 서울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단독으로 만났다. 리셴녠 전 국가주석 딸인 그는 문혁 시절인 15세 때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힘든 군사훈련을 받기도 했다. [안성식 기자]

아버지는 중국의 전 국가주석(리셴녠·李先念), 친한 벗은 현 국가주석(시진핑·習近平), 남편은 중국인민해방군 상장(上將·대장에 해당), 자신은 중국 민간외교의 사령탑. 리샤오린(李小林·60)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이 주인공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외교부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를 23일 한국 언론 중에선 유일하게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 한국은 자주 방문하는가.

 “처음 한국에 온 게 1989년 12월의 성탄절 전야였다. 당시 중·한 수교를 촉진하기 위해 여러 채널이 가동되고 있었는데 그런 역할 차원에서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의 직원 신분으로 한국에 왔었다. 이후 10여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것 같다.”

박 대통령 가장 큰 매력은 기품

 - 방한 기간에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老朋友)인 박 대통령을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TV와 신문에서 연일 특집 보도를 내보내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그의 일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지만 마침내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한국의 자랑이자 세계 여성계의 자랑이다.”

 - 중국에서 볼 때 박 대통령의 매력은 무언가.

 “박 대통령의 가장 큰 매력은 기품(文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매우 친절하며 또 아름답다. 그의 옷 차림새, 말과 행동 하나하나 모두 품위가 있다. 한마디로 매력이 넘치는 지도자다.”

 - 국가주석을 지낸 아버지 리셴녠으로부터 받은 가장 큰 유산은.

 “직업을 선택할 때 주신 충고다. 간호사의 꿈을 키우고 있었는데 아버님이 말씀하시기를 ‘매일 친구와 같이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느냐’며 외국과의 교류를 담당하는 기구인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를 추천하셨다.”

 - 현재 대외우호협회가 가장 역점을 둬 추진하는 일은 무언가.

 “1954년 설립된 대외우호협회는 내년으로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현재 중국엔 약 50만 개의 비정부기구(NGO)가 있지만 대외우호협회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됐고 또 가장 영향력이 크다. 현재 우리는 세계 각국의 벗들이 중국의 발전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체제 달라도 넘지 못할 산 없다

 - 중국에 대한 외국인의 생각 중엔 오해도 많을 텐데.

 “서방의 오해가 많다. 그러나 정치체제와 신앙이 다르다고 해서 넘지 못할 산은 없다. 72년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만리장성에 올라 ‘장성을 넘듯이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외우호협회는 세계 157개 국가의 500여 개 민간단체와 교류한다. 중국과 세계의 교류를 막을 장애물은 없다.”

 - 중국의 부상에 따라 두려움을 느끼는 주변국도 있다.

 “중국이 크고 인구도 많으며 빠른 성장을 하는 데 따라 일각에선 중국위협론을 제기한다. 중국의 발전은 13억 인구의 편안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아시아와 세계의 안정에 기여하는 일이다.”

 - 시진핑 국가주석이 외치는 중국의 꿈(中國夢)은 무언가.

 “12자로 표현하면 ‘국가부강 민족부흥 인민행복’이다. 구체적으론 5위1체다. 즉 경제발전과 정치건설, 사회건설, 문화건설, 생태문명건설의 다섯 가지가 하나가 돼 전면 발전하는 것이다. 중국의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000달러 수준으로 세계 80~90위권이다. 한국은 2만 달러가 넘는다. 한국과 같은 수준이 됐을 때 중국이 어느 정도 부흥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겠다.”(리 회장은 24일 오전 연세대에서 박삼구 연세대 총동문회장이자 한중우호협회 회장의 요청으로 ‘중국의 꿈, 세계의 꿈’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 박 대통령도 국민행복시대를 말한다.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은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박 대통령이 말하는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마치 커다란 두 개의 강이 큰 바다로 흘러 들어가 만나는 것과 같다. 두 나라는 현 단계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서로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시장과 한국의 기술이 협력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또 중·한 사이엔 도시화 경험과 관련해 그리고 양국의 지방자치 간, 청소년 간의 교류와 협력 부문에서 할 일이 많다.”

공용한자 800자, 3국 협력에 중요

 - 최근 한·중·일 3국의 저명 인사들로 구성된 ‘한·중·일 30인회’에서 3국의 공통 상용한자 800자를 선정했다.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같은 문자로 소통한다는 건 그만큼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으로 3국의 교류와 협력에 매우 중요하다.”

 - 최근 한·일관계와 중·일관계가 좋지 않다.

 “원인은 일본에 있다. 일본 정부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사들이는 조치를 취한 후 중·일관계가 빙점(氷點)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일부 정치인은 과거 역사를 부정한다. 중국에서만 3000만 명이 일본 사람들에 의해 학살됐다. 그럼에도 중국이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추진한 건 이웃 국가들끼리 잘 지내는 게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사람이 그 방울을 떼야 한다.”

 - 오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전쟁이란 참혹한 것이다. 우리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두려워만 해서도 안 된다. 손자병법 중에 ‘전쟁을 하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병법이 최선이다(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는 말이 있다. 평화적인 담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게 가장 좋다. 박 대통령이 대화와 교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은 매우 훌륭하다.”

글=유상철 중국전문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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