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봉, 밥 한끼 300만원 토해내라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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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봉의 덫에 걸린 것 같습니다.”

 함바(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상봉(67)씨와 억대의 금품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 파면된 청와대 경호실 직원 박모(46)씨의 말이다.

박씨는 1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직자로서 처신을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돈은 유씨에게 빌린 것으로 나중에 이자까지 더해 모두 갚았다”며 “오히려 유씨로부터 ‘왜 돈을 이것밖에 돌려주지 않느냐’는 협박성 편지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함바 운영권 수주를 도와달라는 유씨 측 부탁을 받고 그 대가로 지난해 4~5월 세 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청와대는 15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박씨를 파면조치했다. <중앙일보 7월 16일자 1, 10면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 유씨는 언제 알게 됐나.

 “지난해 3월 처음 만났다. 중환자실에서 병 치료를 하다 나와 명함이 없으니 양해해 달라더라. 그냥 ‘유 사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가 함바 브로커 유상봉이라는 사실을 당시에는 몰랐다.”

 -잘 모르는 사람과 계속 만났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믿을 만한 지인이 유씨를 소개했다. 그의 정체를 알았다면 그를 거리낌없이 만날 수 있었겠나.”

 -돈은 왜 받았나.

 “동생이 사업상 급한 사정으로 돈이 필요하다고 해 유씨에게 빌렸다. 차용증을 내밀자 유씨가 ‘우리끼리 뭘 이런 걸 받느냐’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해 10, 12월 세 번에 나눠 모두 변제했고 이자 명목으로 500만원까지 더해서 갚았다.”

 - 유 사장으로부터 함바 수주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나.

 “도와달라고 한 적은 있다. 하지만 내가 별로 개입할 부분이 없어 크게 도움을 준 적은 없다. 오히려 유씨는 ‘전화 한 통이면 다 해결되니 걱정 없다’며 자신만만해 하더라.”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있던 유씨가 지난해 6월 재수감됐는데 연락이 없었나.

 “통화가 안 돼 알아보니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지난해 9월께 자신이 억울한 일로 구치소에 들어왔는데 면회도 오고 도와달라는 편지가 왔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꺼림칙했다.”

 -돈을 갚은 뒤 별 얘기는 없었나.

 “‘왜 돈을 이것밖에 안 돌려주느냐’라는 협박성 편지가 왔다. 2억9000만원 정도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더라. 부풀린 금액 중엔 내게 밥 산 것까지 계산해 넣었는데 밥 한끼에 300만원인가를 써놓았더라. 어이가 없었다.”

 -유씨가 함바 비리로 문제가 됐었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나.

 “최근에야 알게 됐다. 유씨는 자신한테 잘하면 끝까지 안고 가고 자기 뜻에 거슬리면 끝이 안 좋다고 하더라. 나도 유씨에게 당한 거다. 유씨 덫에 걸려 내 인생도 끝난 것 아니냐.”

 “유상봉의 덫에 걸렸다”는 박씨의 고백은 함바 비리와 관련해 2011년 6월 자살한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 사건을 연상시킨다. 임 전 장관은 유서에서 “안타깝고 슬프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하다”고 토로했다. 당시 임 전 장관의 동생은 “형님(임 전 장관)이 유상봉으로부터 끊임없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유씨와 잘 알고 지냈다는 한 인사는 “유씨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검찰에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해 돈을 돌려받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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