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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조직' 경호실, 민정라인 감찰 안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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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호실 직원의 뇌물수수 혐의가 알려지자 청와대가 바짝 긴장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5월)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추문이 발생한 탓이다.

 경호실 직원에 대한 인사와 징계 등은 경호실이 자체적으로 맡고 있다. 경호실 관계자는 16일 “경호실 직원은 타 공직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제반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전직 대통령 경호 관련 부서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내부감찰과 관리에 구멍이 있었던 점을 시인한 것이다. 문제가 된 박모씨의 경우 전직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이희호 여사) 담당이어서 청와대가 아닌 동교동의 김 전 대통령 자택으로 출근하고 있다. 2003년 2월부터 이희호 여사의 경호를 맡았던 박씨는 이런 허점을 이용해 평일에도 휴가를 내고 지방에 내려가 브로커 유상봉씨와 관련된 일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른 직원들과 달리 경호실은 민정수석실의 견제도 받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실장이 있는 경호실은 청와대 비서실과 별도기구로 운영된다”며 “공직기강 문제도 민정수석실의 ‘룰’과는 별도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비서실 직원과 달리 경호실은 대부분 공채로 입사해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민정라인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기강확립을 위해 상시 감찰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상시 감찰에 현재 별개로 돼 있는 경호실을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감찰관제 도입이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등 제도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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