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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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러나 이번 대법원형사제3부의 판결은 ⓛ형법제98조1항이 규정한 기밀의 수집, 탐지죄는 그 적용범위가 넓다하나 동법제98조2항의 군사기밀제보죄는 그 해석범위가 군사기밀의 누설로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한국의 농어촌실태, 유학생의 동태, 해외교포의 명단등을 북괴측에 알려준 일부피고인들의 행위는 동법제28조2항의 위반이라 볼 수 없다 ②일부피고인들이 북괴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잠입한 것을 간첩죄로 인정하고 있으나 이들이 형법제98조가 규정한 군사기밀탐지보고등 구체적인 지령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귀국은 간첩죄의 착수라고는 볼 수없다고밝혀간첩죄의구성요건에 새로운판결을남긴점에서주목할만한것이다.
검찰은 대법원의 이 판결에 대하여 즉각「간첩죄나 잠입죄의 구성요건을 너무 엄격하게
해석한것」이라고 반발했고, 「현실적으로 볼때이죄목은 넓게 해석하여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나아가 이 판결은 반공법운용에 시련이될것이고 간첩을 다스리는데 벽이 될것이라는 우려까지 표명했다고 한다. 반공법, 국가보안법, 간첩죄등에 관한 법해석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은 견해를 달리한일이 없었던것은 아니다.
대법원의 판결에대해서 검찰이 우려하는것은 순전히 법률해석상의 당부보다도 폭넓은 현실감각에 바탕을두고있는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대법원의 법해석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는 우리가 놓여 있는 시점에 시선을 돌리지않을수없다. 반공의 제일선에 위치하여 끊임없는 무장공비의 준동에 대비하고 갖가지 방법으로 위장 침투한 간첩을 색출해 내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법해석을 둘러싼 당부를 한가로이 거론할 여유가없다.
대한민국을 좀먹으려는 어떠한 적의 침투도 허용해서는 안되며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모든 위험을 가려내는데 전력을 다해야할 때라는 것은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이 이러한 현실적인 위해를 막고 어떠한 적의 간접침투에서도 대한민국을 수호하기위해서 제정됐다는 법정신의 발로가 그운영에서 절실히 요청되는것은 다름 아닌 전술한바와같은 현실을 직시하여야만 하기때문이다. 한 사람의 억울한 피고인을 만들지 말아야한다는 법격언은 지켜져야 할것이나 국가의 존립을 해치는 간첩, 국가보안법, 반공법위반사범에게는 근원적인 증거의 제시가 어렵다는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줄 안다.
현실없는 법은 존재할수없는것이다. 북괴및 국외의 공산계열의 간접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위해 제정된 보안법 반공법의 입법정신에 비추어 그운영에 있어도 현실에 바탕을둔 폭있는 마음가짐이 요청된다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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