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줄이고 거래 살리고 … 주택정책 대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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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은 공급억제를 통한 시장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역대 정부의 수요억제·공급확대 기조에서 탈피해 공급 물량을 대폭 줄인다는 게 골자다. 이는 부동산 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큰 틀에서 공급은 줄이고 수요는 늘리겠다는 것으로, 공급 확대에 초점을 둔 역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평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공분양주택을 기존 연 7만 호에서 2만 호로 축소하기로 했다. 특히 수도권 그린벨트 내 신규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중단한다.

 정부는 또 주택시장 거래 활성화에 무게를 뒀다. 대책의 공식 명칭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정부는 현재 주택시장을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현재의 주택시장은 정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인지는 주택매매 거래량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전국 거래량은 월 평균 5만5488건.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를 집계·발표한 2006년 이후 최저치다. 반면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월세 거래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여파로 지난해 문을 닫은 부동산중개업소는 1만6000개가 넘는다.

 정부는 이처럼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된 주택시장에 전기충격을 가해서라도 조속히 기력을 회복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세제·금융 수단을 총동원하고 공급을 축소해 매물을 솎아내기로 했다. 공급 구멍은 틀어막고, 매물은 최대한 흡수시켜 시장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이라는 국정과제와도 직결된다. 시장 정상화는 경제 살리기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안정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들도 부동산정책은 국내 경제의 0순위였다. 다른 점은 역대 대통령들이 주로 투기와의 전쟁을 벌였다면 박 대통령은 죽은 시장을 되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새 정부는 이를 위해 모든 관련 부처를 총동원했다. 예컨대 기획재정부는 유례없는 수준의 세제 카드를 내놓았다. 9억원 이하 신규·미분양 주택은 물론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85㎡·9억원 이하 기존 주택을 올해 안에 구입하는 경우에도 5년간 양도소득 세액을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1998년 외환위기 극복에 나선 김대중 정부에서도 쓰지 않던 카드다. 그만큼 사정이 절박한 것은 15년 전에는 없던 하우스푸어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대책에 정부는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하나하나 보면 하늘이 놀랄 정도로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대를 능가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도 “죽은 시장에 인공호흡기를 들이 댔으며, 막힌 숨통을 틔우는 수준은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살아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주요 부양조치를 올해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이창무(도시공학과) 한양대 교수는 “저성장 추세에 인구구조도 성장기와 달라 근본적인 주택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며 “건전한 투자 수요를 흡수해야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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