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큰 혜택 … 수도권 미분양 물량 해소 기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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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늘(1일) 저녁에 계약서를 쓰기로 한 집주인과 연락이 안 돼요. 강도가 센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고 하니 계약을 안 하려는 것 같네요.”

 1일 부동산 시장엔 하루 종일 기대감이 감돌았다.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중개업소를 통해 시장 반응을 살폈다. 서울 노원구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대책의 강도를 떠나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 수요자의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4·1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같은 금융 규제 완화가 빠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번 대책은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를 시장에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약발’도 어느 정도 먹힐 것으로 보인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특히 내 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던 실수요자가 대거 매수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분양은 물론 신규 분양까지 양도세 혜택을 받게 된 분양시장은 화색이 돈다. 분양대행회사인 내외주건의 정연식 상무는 “ 화성 동탄2 신도시처럼 입지 여건이 괜찮은 수도권 공공택지 중소형 등에는 4·1 대책 효과가 곧바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분양시장에 돈이 돌아 미분양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택 리모델링 시장은 곧 수직 증축이 허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사무처장은 “새 정부가 수직 증축에 우호적인 입장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5년 이상 돼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400만 가구로 추산된다.

 하지만 4·1 대책이 ‘핵심’을 비껴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실수요자 외에는 금융 규제가 그대로여서 기대와 달리 주택 수요가 확 늘어나기 어렵다”고 전했다.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 혜택도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회 통과도 의문이다. 취득세 감면 6개월 연장안도 3개월 이상 국회에서 지연됐다. 최상호 대한건설협회 SOC 주택실장은 “대책을 보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정부 발표대로 이달에 국회를 통과해야 그나마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규제 완화 항목에 ‘한시’라는 조건이 달린 것도 문제로 꼽힌다. 신축 주택 양도세 면제 혜택 등이 올해 말 끝나면 ‘거래 절벽’으로 이어져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주택 수요자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취득세나 양도세를 일정 기간 면제·감면하지 말고 감면 폭이 작더라도 항구적으로 이어가야 구매력이 있는 사람이 시장에 꾸준히 유입돼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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