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자유극장」대표 이병복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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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6년의 문화계에서 화제를 모았던 「얼굴」들, 아니 톱니바퀴가 되었던 「일꾼」들을 여기 소개한다. 이름하여 「히트 66년」-.
『「아이러니컬」하게도 저희 극단의 창립공연 작품이 「따라지의 향연」이었지만 정말이지 연극이 「따라지의 향연」이 되어서는 안 되겠어요. 이젠 우리나라 관객의 눈도 상당히 높아졌어요. 연극인들이 자기 반성할 시기가 온 것 같아요.』극단 「자유극장」의 대표 이병복 여사는 오히려 「패션·디자이너」로 더 이름이 알려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여사는 말한다.
『「디자인」을 공부한 것도 실은 연극 때문이죠. 무대의상을 공부하러 「파리」에 갔다가 외도를 한 거예요. 금년 11월에 다섯번째 「패션·쇼」를 했어요. 하지만 마지막엔 꼭 무대의상을 몇 점씩 발표해왔어요. 지금은 극단에 손을 대고 있으니까 으례 그러려니 하겠지만 전엔 연극에의 향수 때문이죠. 일종의 자기 위안이라 해도 좋구요.』
지난 4월에 창단, 11월에 두 번째 공연인 「신의 대리인」을 마치고 나자 오히려 보람보다도 「연극에의 회의」가 앞선다는 이 여사는 『왜 우리나라의 돈 많은 분들은 연극에 그렇게 무관심할까요? 연극인들에게 조그만 소극장을 하나 지어주었으면 오죽이나 좋을까요.』그래서 새해엔 소극장건립운동을 벌여 보겠다는 것이다.
『한 5천만원만 있으면 되겠어요. 땅은 장충동에 한1백50평 마련해 놨어요. 어려운 일일까요?』 「만년소녀」이병복 여사의 꿈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새해엔 또 할 일이 있어요. 무대에도 서 보고 싶어요. 작품은 「사르트르」의 「존경할만한 창녀」혼자 하는 「살·롱드라머」죠.』
그러나 연극에 대한「열변」이 새삼 쑥스럽게 느껴졌는지 『누가 한 1년만 휴가를 주었으면 좋겠어요. 「디자인」이고 연극이고 다 집어치우고 「착실한 아내」노릇이나 하게요.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헛산 것 같아요. 여성으로서 말예요』하며 부군인 권옥연 화백을 돌아다보며 웃는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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