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삶의 방식에 대한 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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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6보(66~74)=중앙 행마가 난해한 종목이라는 건 누누이 말씀드렸는데요, 그건 공격과 수비가 모두 중앙 행마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포석에선 한 수 완착을 두어도 집으로 환산하면 1, 2 집에 불과합니다만 중앙 행마는 하나 삐긋하면 10집이 휙 날아갑니다.

 지금 백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 백이 죽는다는 건 상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철한 9단이 공격을 미루고 상변 흑▲부터 차지한 걸 보면 상황을 알 수 있지요. 그러나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형세는 크게 요동칠 것입니다. 우변 흑집과 상변 흑집이 모두 이 백의 삶의 방식에 따라 크기가 결정됩니다.

 판팅위의 66과 68,70은 모두 간을 보는 수지요. 공격하는 흑도 약점이 있어서 이런 응수타진에 잘못 걸려들면 백은 금방 훨훨 날아가게 됩니다. 백도 섣부른 선수는 금물입니다. 가령 ‘참고도1’ 백1 쪽으로 진출하는 것은 최악입니다. 집을 약간 깨는 재미에 취해 중앙 쪽 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말았습니다.

 70에 이어 72가 좋은 수였습니다. 최철한 9단도 잠시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참고도2’ 흑1로 두면 튼튼해서 좋긴 한데 백 대마는 A에 두면 바로 살게 됩니다. 어쩌면 눈치 보지 않고 바로 살아버릴지 모릅니다. 지금 살건 나중에 살건 흑은 재미가 없군요. 결국 73으로 갑니다. 완생만은 막자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74의 이단젖힘이 있군요. 골치아픈 수네요. 응수가 매우 어렵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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