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남 극언, 주민 향한 과시용 말 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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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3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괴뢰군부 호전광들의 광기 어린 추태는 청와대 안방을 다시 차지하고 일으키는 독기 어린 치맛바람과 무관치 않다”고 비난했다. 인민무력부 대변인은 키 리졸브 훈련 사흘째인 이날 “청와대 안방에서는 ‘핵무기 등 군사력에만 집중하는 나라는 자멸할 것’이라는 등 극히 상서롭지 못한 악담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이날 담화는 이름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박 대통령을 지목해 비난한 것으로 정부는 받아들이고 있다. ‘핵 자멸’ 등 발언 내용은 지난 8일 장교합동임관식에서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것이고, ‘청와대’, ‘치맛바람’ 등의 표현이 사용됐다는 점에서다.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는 김정은이 제1위원장(사망한 김정일이 영구직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방위원회 산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당국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해 대남 비난의 포문을 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전방 부대를 찾아 연일 대남 비난의 수위를 높여온 김정은은 아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고 있다. 지난 7일 연평도와 마주한 무도방어대를 찾아 “적진을 벌초해 버리라”고 지시한 김정은은 11일에는 유사시 백령도 타격 임무를 맡은 월래도방어대를 방문해 “적들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명줄을 완전히 끊어 놓으라”는 극언도 했다.

한 탈북 인사는 “김정은이 남한이 아니라 주민들을 향해 ‘말 총’을 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남 도발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말로 하는 위협을 통해 주민들에게 ‘내가 남조선에 대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과시하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개성공단 통해 대북 메시지 전달 추진”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하루 700~800명의 남측 관계자가 체류 중”이라고 말했다. 11일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를 단절한 북한은 개성공단 출·입경을 협의·승인하는 군 통신선은 끊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개성 쪽 통신선으로 대북 메시지 전달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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