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법 파견근로 해소하되 고용 유연성 확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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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법당국과 정부가 협력업체의 사내하청 근로를 불법파견으로 보고 형사처벌과 시정명령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된 GM대우(현 한국지엠) 대표와 협력업체 사업주에게 모두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같은 날 이마트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판촉사원 1978명을 불법파견 근로자로 보고, 이들을 모두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이마트가 이를 거부하면 파견근로자 1인당 1000만원씩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다. 사법부와 행정부가 한결같이 그동안 관행으로 묵인해 온 사내하청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처벌과 시정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많은 사업장의 고용관행에 적지 않은 파장과 변화가 예상된다. 사내하청이나 이와 유사한 간접고용 방식을 채택한 기업들은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든지, 아니면 협력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파견근로자를 모두 돌려보내야 할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문지식과 기술·경험이 필요한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파견근로는 모두 불법이다. 노동계는 사법부와 노동부의 이번 결정을 “비정규직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며 반겼다. 그러나 경영계가 우려하듯 사내하청을 모두 불법파견으로 간주할 경우 전체 정규직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일부 파견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되겠지만 경영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정규직 인력을 기존의 하도급 인력보다 훨씬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행법상 사내하청 근로가 불법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해소돼야 한다고 본다. 관행이라고 해서 불법행위를 언제까지나 묵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그 결과가 지속적으로 기업의 경영 악화와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면 법 개정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 경영계의 요구대로 합법적인 파견근로의 범위를 넓히든지, 기존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최근 일본이 도입을 추진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형태인 이른바 준정규직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