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성장엔 국민 희생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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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대기업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박 당선인, 허창수(GS그룹 회장) 전경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날 간담회에는 모두 17명의 대기업 회장이 참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6일 재계 총수들을 만나기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을 면담했다. 하루에 대기업 총수와 중소기업 단체 임원을 잇따라 면담하면서 중소기업 쪽을 먼저 찾은 것이다. 양측에 제시한 메시지도 달랐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은 자리에선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며 “그래서 제가 제일 먼저 왔다”고 말했다. 이어 “‘9988’(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 수가 99%, 근로자 중 중소기업 종사자가 88%)이라고 하니 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말할 필요 없다. 9988이면 다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인사말에선 “(경제구조를)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심이 되도록 그렇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부당하게 납품 단가를 인하하거나 중소기업이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고 중소기업의 영역을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횡포나 불공정 거래는 철저히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저의 가장 큰 약속 중 하나가 중산층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며 “그게 바로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이 중심이 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근혜노믹스=중소기업·소상공인 중심’이란 뜻이다. 2007년 12월 28일, 당시 이명박 당선인은 재계 총수들을 먼저 만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를 강조했었다.

 박 당선인은 이어 소상공인단체연합회를 거쳐 여의도 전경련회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박 당선인은 대기업 총수들을 상대로 정리해고와 과도한 부동산 매입 등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대기업도 좀 변화해 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기업이 지금과 같이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국민의 뒷받침과 희생이 있었고 국가의 지원도 많았기 때문에 국민기업의 성격도 크다고 생각한다”며 “대기업의 경영목표가 우리 공동체 전체와의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경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라든가 정리해고부터 시작할 게 아니라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지혜와 고통 분담에 나서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한창 일할 나이에 퇴출시키는 고용 형태는 앞으로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 좀 노력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인사말에서 “좋은 일자리가 복지이자 민생이라고 믿는다. 학력·성별·연령 등의 구분 없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극복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윤선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비공개 회동이 끝난 뒤 “전경련 회장단은 새 정부와 협력해 국민대통합과 국민행복 시대를 여는 데 일익을 담당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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