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위 27년인 교황은 올해 처음으로 부활절 행사를 이끌지 못했다. 열흘에 걸친 모든 행사는 바티칸의 주요 성직자들이 나눠 맡았다. 부활절에 내리는 축복은 교황이 60개 외국어로 세계에 전했던 메시지다. 교황은 최소한 이 말은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이다. 중병 속에서도 책무를 다하려는 교황의 모습이 '침묵의 가르침'으로 추앙받고 있다. 달변보다 더한 감동이라는 평가다.
교황청은 부활절을 맞아 교황의 투병을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향하는 수난'에 비유했다. 교황도 양위 가능성에 대해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경우도 있느냐"고 반문했었다. 교황의 측근인 요세프 라칭거 추기경은 이탈리아 방송에서 "교황이 병에 걸려 고통받는 것도 '신이 내린 운명이자 축복'"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소명을 다하는 모습으로 가톨릭 신앙의 굳건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런던=오병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