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장관들, 국회 포퓰리즘에 대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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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 복지 포퓰리즘이 거세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소위원회는 20일 내년도 기초노령연금 예산 6484억원(지방비 1647억원 포함)을 추가했다. 22일에는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무상보육 관련 중앙정부 예산을 1조1300억원 늘리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이러한 선심성 복지예산 증액이 법률과 절차를 어겨가면서까지 막무가내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위 예산소위는 20일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가입자 3년치 평균소득의 5%(월 9만7100원)에서 6%(11만6600원)로 올리는 증액안(20% 인상)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는 법률 위반이다. 기초노령연금법 부칙 제4조의2(연금액의 단계적 인상 경과 조치)는 기초노령연금을 2028년까지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10%로 단계적으로 올리되 재원 대책과 인상 시기·방법 등은 국회에 연금제도개선특위를 설치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19대 국회는 연금제도개선특위를 만들지도 않고 예산소위에서 20% 증액안을 의결했다. 국회가 만든 법에 절차를 규정해 놓고도 스스로 이를 어긴 것이다.

 22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보육료 예산의 국고분담비율을 높이는 내용을 영·유아보육법에 새로 넣은 것도 마찬가지다. 보육료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하는데 이날 중앙정부의 분담률을 서울은 20%에서 40%로, 서울 외 지역은 50%에서 70%로 각각 높였다. 하지만 보육을 비롯한 112개 복지사업은 보조금 관리법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분담 비율을 규정하고 있어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을 시행할 경우 이와 충돌하게 된다. 또 국회법 58조 등은 국회 법률이 예산상의 조치를 수반할 경우 정부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경우 국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절차 규정에도 어긋난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영·유아보육법을 심의할 때 이 문제를 강력 제기해 국회와 정치권의 탈법적인 포퓰리즘을 저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법과 절차에 따른 활동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