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저장고 이르면 2015년 부지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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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생긴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할 장소가 이르면 2015년 정해진다. 이에 앞서 여론을 수렴할 ‘공론화위원회’가 내년 상반기에 출범한다. 질질 끌어온 핵연료 처리 문제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9월 3일자 12면)

 정부는 20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지식경제부·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한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향을 공식 표명한 것은 2004년 이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아래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8년 만이다.

 현재 월성·영광·고리·울진 등 전국 4개 지역의 23개 원전엔 사용한 뒤 폐기물로 나온 핵연료봉 37만 다발이 ‘임시 보관’돼 있다. 이미 수용 가능 공간의 71%가 채워졌다. 2016년 고리 원전부터 보관 공간이 부족해진다. 원전은 2024년까지 34개로 늘어난다. 별도 저장고를 짓지 않으면 핵폐기물을 길에다 버려야 할 판이다.

 문제는 ‘사용후 핵연료’가 방사선을 많이 방출해 기피 대상이란 점이다. 정부가 내년 4월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2014년까지 ‘저장고 건설’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키로 한 것도 그래서다. 조석 지경부 차관은 “사회적 합의를 얻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사용후 핵연료 저장 방식 ▶저장고의 부지 선정 절차 ▶해당 지역의 주민 지원책 등을 정부에 권고하면 정부는 이를 토대로 2015년 ‘부지선정위원회’를 꾸린다.

 관건은 주민 반발이다. 정부는 1983년부터 ‘방사성 폐기물’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아홉 차례 실패한 전력이 있다. 2003년 전북 부안에선 방폐장 건립을 놓고 주민·경찰 간 유혈 충돌까지 터졌다. 당시 방폐장은 ‘사용후 핵연료’보다 방사선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용이었는데도 반발이 거셌다. 이 때문에 ‘현 정부가 극도로 민감한 핵연료 대책을 차기 정부로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경부는 이미 지난 8월 ‘민간 자문기구’로부터 중간 저장고 건설과 공론화 작업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권고 받았으나, 이제야 구체적 집행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정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차기 정부 구성 전에 논의의 틀과 추진 일정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라며 “사용후 핵연료 대책 마련에는 프랑스·캐나다도 15~16년이나 걸린 만큼 정부 변화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사용후 핵연료=원자로에서 태우고 남은 연료봉. 방사선을 대량 함유한 고준위 폐기물로 분류된다. 이를 땅속 깊이 묻어 영구히 처리하려면 최소 10만 년 이상이 필요하다. 정부는 영구처리 대신 50년 정도 보관할 수 있는 ‘중간저장’을 선택했다. 한편 원전·병원·연구소에서 사용한 장갑·옷 등은 방사선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현재 경주에 세워진 방폐장은 중저준위 물질을 묻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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