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저장고 2024년까지 짓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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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원자력 발전 후 남는 찌꺼기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대한 정부의 기본 방침이 정해졌다. ‘중간 저장’ 시설을 2024년 전까지 짓는 방향이다. 현재 고리·영광·울진·월성 등 4개 원전 본부엔 ‘사용후 핵연료’ 36만2000여 다발이 ‘임시 저장’돼 있지만 2016년이면 보관 공간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지식경제부는 2일 ‘사용후 핵연료 정책포럼’이 ‘중간 저장고’ 건설을 골자로 하는 권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지난해 11월 전문가와 원전 지역 이해관계자 등 23명이 참여한 포럼을 구성해 정책 방향을 권고받기로 했다. 지금까지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대한 정부 방침은 아무 것도 정해진 것 없이 ‘두고 보자(Wait & See)’가 전부였다.

 본지가 입수한 권고서에 따르면 2016년 ‘임시저장 시설’(원전 내 수조)이 포화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됐다. 당장 4년 뒤면 방사선이 다량 함유된 핵연료 폐기물을 버릴 곳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4개 지역 본부의 23개 원전에 보관 가능한 핵연료는 총 51만8000여 다발인데 이미 70%가 채워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핵연료를 촘촘히 보관하는 ‘조밀화’ 방식으로 저장고 수명을 임시 연장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포럼 간사인 조성경(기초교육대학) 명지대 교수는 “저장고 건설에만 10년 정도 걸린다”며 “4년 내 완공이 불가능하니 일단 임시 시설 수명을 최대한 늘리되 2024년 이전에 반드시 중간 저장고를 구축하라는 게 권고서 결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일본·프랑스 등도 ‘중간 저장고’를 만들어 쓰고 있다.

 최태현 지경부 원전산업정책관은 “포럼의 권고대로 정부 원전 정책의 큰 틀이 정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권고 내용대로 향후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어 ‘중간 저장고’에 대한 추가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부지 선정에서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방사선폐기물처분장은 경북 경주에 있다. 원전 내 작업복·용기 등 방사선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땅에 묻는 곳이다. 그러나 1986년 방폐장 논의가 시작된 이후 2005년 경주가 부지로 선정되는 데 태안·부안 등의 반발을 거쳐 30년이 걸렸다.

 ‘사용후 핵연료’는 이보다 방사선이 많은 고준위 폐기물이다. 더구나 정부는 현재 전력 공급에서 34%인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60%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보관할 핵연료가 지금의 두 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 설득도 경주 때보다 어려울 전망이다. 이를 감안해 권고서도 “혜택은 모든 국민이 보고 부담은 특정 주민이 지는 만큼 ‘불평등 해소’를 위해 주민이 공감할 보상·지원을 하라”고 명시했다.

 황일순(원자핵공학과) 서울대 교수는 “미국은 올 1월 대통령 특별위원회가 ‘사용후 핵연료’를 100년간 ‘중간 저장’하되 대신 혁신적인 최종 폐기법을 장기에 걸쳐 개발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한국도 중간 및 최종 처분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후 핵연료=원자로에서 태우고 남은 연료봉. 방사선을 대량 함유한 고준위 폐기물로 분류된다. 반면에 원전·병원·연구소에서 사용한 장갑·옷·용기 등은 방사선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현재 경주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중저준위 물질을 땅에 묻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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