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인수위式 다면평가'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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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6일 오후 전북도청 상황실. 20명의 공무원들이 2시간여 동안 사무관 승진 대상자들에 대한 평가작업을 벌였다.

평가위원들은 승진 대상자의 상급자인 5급 8명과 동료직급(6급) 및 하위직급 공무원 각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후보자들이 작성한 자기평가서와 경력.인사카드 등을 토대로 평가서에 후보자들에 대한 항목별 점수를 매겼다. 이들의 평가에 따라 7일 승진자가 확정 발표됐다.

다면평가제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전북도와 강원도가 이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등 거의 모든 지자체가 다면평가로 인사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이같은 바람은 일선 시.군과 교육청에까지 불고 있어 조만간 공직사회 전체에 이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실태=전북 전주시는 최근 기획예산과장.행정관리과장 등 선호도가 높은 자리에 대한 인사를 시행하면서 외부 인사를 평가위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의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시의 국장급과 변호사.교수 등 6명으로 인사위원회를 구성, 개혁성.업무 추진력 등 5개 부문에 대한 평점을 매겨 대상자를 선발했다.

전북 정읍시도 올해 처음 전 직원(7백49명)에 대한 근무실적 평가를 하면서 다면평가제를 적용했다.

지난해 평가위원에 5급 이하 직급을 배제했던 강원도는 올해부터 이들까지 평가위원에 포함시킨 전면적인 다면평가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충북도와 대전시.전남도 등은 5급 승진자에 한해 시범적으로 시행해온 다면평가제를 올해엔 6급 승진 대상자까지 확대 시행한다.

충북도는 전체 승진 대상자의 30%를 다면평가 방식으로 승진시킨다는 방침이며, 대구시는 전 직급에 적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4, 5급 승진 과정에서만 이 제도를 활용했던 서울시는 부이사관 승진까지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면평가 위원으로 활동한 전북도청의 한 사무관은 "여러 직급이 함께 평가작업을 벌이다 보니 절차가 한층 투명해져 공정성.정확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자부 한봉기(韓奉琦)총무과장은 "청탁.줄서기 등 인사.고과철마다 꼬리를 물던 잡음이 다면평가 이후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은 없나=몇년 전 다면평가제도를 시범 도입했던 광주시교육청은 동료들 간에 금품 로비설로 큰 곤욕을 치렀다. 일부 승진 대상자들이 심사 몇개월 전부터 심사 예정자들을 찾아다니며 로비를 했다는 주장이 거세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예산처는 기획예산위원회 시절이던 1998년 9월 직원 40명을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시범 실시했었다. 그러나 공식 인사자료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그 결과를 폐기처리했다.

평가에 참여했던 예산처의 한 국장은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인 그룹에 속했던 사람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무능력보다 인간관계가 평가에서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면평가제란=인사 대상자에 대해 동료와 상.하급자가 동시에 평가하는 제도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평가하는 기존 인사평가 방식이 일방적이고 개인적인 선호도 등에 좌우될 수 있다는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가 공직 인사에 적용키로 한 이후 화제가 되고 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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