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중국 시골 관광지 옌지시, 'IT메카'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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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는 베이징(北京)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중국 동북부의 작은 도시.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의 수도이기도 한 이 곳은 그동안 백두산을 가기 위해 들르는 시골 관광지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옌지가 변하고 있다. 대규모 벤처타운이 들어서 한국기업에 손짓하고 인터넷 회선이 도시를 거미줄처럼 엮는다. 옌지는 지금 인터넷 접속 중이다.

옌지시 중심을 동서로 가르는 장백로(長白路)의 동쪽 끝. 이 곳에는 '고신기술산업개발단지' 건설을 위한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다.

이 단지는 옌지시 인민정부가 한국의 남동공단을 벤치마킹해 1억3천만위안(2백10억원)을 들여 건설 중인 1.5㎢의 대규모 벤처타운.

이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지의 한 가운데에 있는 한국기업 전용 창업보육센터. 지난달 3층짜리 1개동이 완공됐고 또다른 1개동이 10월 완공을 앞두고 한창 공사 중이다.

"이미 광케이블 설치와 인터넷 접속을 위한 공사도 마쳤습니다. 현재 13개 한국 벤처기업이 입주를 마쳤고 앞으로 50개 기업을 유치할 계획입니다. "

옌지고신기술산업개발국 주태호(朱泰虎)국장은 "한국 벤처기업이 이 단지에 입주하면 5년간 임대료 면제, 세금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이 단지에서 다음달부터 김치냉장고를 생산할 한국 해피라인의 현지법인인 옌지해피라인일용전기유한공사 조성표(趙成彪)총경리는 "각종 혜택과 인프라가 돋보여 옌지에 진출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옌지의 정보화는 올해 들어 눈부시게 이뤄지는 중이다.

옌지의 인구는 40만명. 전화보급률은 49.6%로 중국 전체 평균(13%)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여기에 인터넷 가입자 수는 8만3천명에 이른다.

지난달에는 초고속통신망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올 10월부터는 옌지시 전역에서 비대칭가입자회선(ADSL)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ADSL과 연결된 PC방이 시내에만 1백개가 있다.

옌지가 이처럼 꿈틀대는 것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것을 계기로 옌지를 중국 동북부 시장의 중심지로 도약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특히 조선족 자치구라 한국말이 가능해 한국기업과 협력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릴 계획이다.

여기에다 시내에 연변과학기술대가 있어 인력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특징도 옌지시의 장점이다.

연변과기대 이상훈 기획실장은 "미국.일본.한국 등에서 온 1백20명의 교수들이 시장경제 중심의 학문과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졸업생의 80%이상이 외국계 기업에 취업한다" 고 소개했다.

옌지 = 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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