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브라우니, 누굴 물어야 할까? 기사 제목으로 말문 열어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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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는데 ….” 자녀를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여보낸 학부모들은 NIE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신문을 활용해 읽고 쓰는 훈련, 시사적인 이슈로 대화를 나누고 논리적인 사고력까지 기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학부모의 바람과 달리 아이들은 신문을 지루하고 재미없게 여긴다. 신문을 활용해 엄마와 아이가 재미있게 읽고 쓰고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황수연(왼쪽)씨처럼 “아이와 이야기하다 보면 화가 날 때가 많다”는 학부모라면 신문에 실린 사진과 기사를 활용해 이야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김경록 기자

『스토리텔링 육하원칙』의 저자 조정래(서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아이와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열쇠는 엄마가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말하기에 미숙한 것을 성격이나 성향 탓으로 돌린 채 방치하지 말라는 의미다. 서 교수는 “공감할 수 있고 재미있어 하는 소재만 있다면 어떤 아이도 조리있게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의 특징에 따라 서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달랐다. 지나치게 말이 많은 아이에게는 “교훈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눠보라”고 조언했다. 지나치게 옳고 그름을 따지는 습관 때문에 아이가 친구와 싸우거나 해서 고민이라면 ‘우정’을 주제로 한 동화를 권해주라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 역할을 나눠보는 것도 좋다. 잔소리 하는 친구 역할을 엄마가 맡고 아이에게는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역할을 맡기면 책을 읽는 동안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책을 읽은 뒤, 어떤 걸 느꼈는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조목조목 따져 묻지는 말라”고도 했다. 대신 등장인물들의 성향과 갈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책 속에서 두 사람이 왜 싸우게 됐을까?” “너는 이런 경험이 없니?”와 같이 책 내용을 자신의 생활과 연결해볼 수 있게 도와주면 된다.

말수가 적은 아이를 위해서는 이야기의 소재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 학교 생활이나 공부에 대한 질문에서 벗어나, 아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함께 보며, “넌 저기 나오는 사람 중에 누가 제일 좋아?” “이 오디션에서 누가 1등 할 것 같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말문이 트이는 첫 관문은 공감”이라며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거리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ow To NIE… 말하기 능력 높이려면

신문 기사는 말하기 능력을 높여줄 수 있는 좋은 교재다. 김진아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은 “신문 기사는 육하원칙에 맞춰 쓰여진데다 기승전결이 짜임새있게 엮여있어 훌륭한 스토리텔링 교과서”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기본 요소인 인물·사건·배경에 해당하는 내용이 육하원칙에 따라 조리있게 기술돼 있어 신문을 잘 읽다보면 핵심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조리있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얘기다.

 긴 글을 읽는 데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는 ‘사진 설명 쓰기’를 권했다. 사진 속 정황을 파악해 육하원칙에 맞춰 한 두 문장으로 상황을 서술해보라는 것이다. 실제 신문에서 쓰는 사진 설명과 같은 딱딱한 문장을 만들 필요는 없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지어보기도 하고,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옆에 있는 사람과 어떤 관계인지 등을 상상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된다. 김 연구위원은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사건·배경에 초점을 맞춰 정황을 짐작해보고, 아이가 상상한 상황과 신문 기사에 실린 실제 상황이 얼마나 같고 다른지 비교해보면 놀이처럼 재미있어 한다”고 설명했다.

 신문 기사의 제목을 활용할 수도 있다. ‘브라우니는 누굴 물어야하나’라는 기사 제목을 스크랩해 놓으면 가족끼리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보는 식이다. 엄마가 먼저 “자꾸 독도 분쟁을 일으키는 일본 정치인들을 브라우니가 물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전에 나를 ‘돼지’라고 놀린 친구에게 ‘브라우니, 물어!’라고 말하고 싶다”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식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사의 제목에는 최신 유행어 등 감각적이고 세대를 반영하는 어휘가 많이 사용된다”며 “아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제목을 활용해 댓글 놀이를 하거나 대화를 나눠보라”고 권했다.

 말은 많이 하지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기술이 부족해 다툼이 잦은 아이와는 ‘가상 인터뷰’ ‘광고 만들기’ 등의 NIE 활동을 함께 해보라고 권했다. 엄마가 아이의 행동에서 직접적으로 잘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기사와 사진을 오려붙이는 활동을 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주라는 것이다. ‘차별이 서러운 다문화 학생’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면, 엄마가 다문화 학생 역할, 아이가 기자 역할을 맡아 가상 인터뷰를 해볼 수 있다. “친구가 툭툭 치며 ‘짱깨’라고 놀렸다고 했는데 그때 기분이 어땠냐”고 아이가 물으면 “너무 부끄럽고 속상했다. 말을 함부로 하는 친구가 밉고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고 엄마가 답해주는 식이다.

사진을 보고 스토리를 꾸며보면 재미있게 대화를 풀 수 있다.

NIE 따라잡기

◆가족 NIE 게시판 만들기=가족들이 소통할 수 있는 NIE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보세요. 화장실 가는 길목이나 식탁 옆처럼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지나쳐가야 하는 장소에 커다란 종이 한장을 붙여두는 거죠. 그곳에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기사, 사진 등을 붙여두세요. 아이에게 수시로 “엄마가 붙여둔 온도계 사진 봤어?” “울고 있는 할머니 얼굴이 슬퍼보였는데, 왜 울고 계신 걸까?”라고 물어볼 수 있어, NIE 게시판만으로도 화제거리가 풍부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기사 제목으로 댓글 놀이하기=‘슈퍼스타K에 무슨 일이?’ 지난달 23일 본지에 실렸던 기사 제목입니다. 질문형으로 끝맺고 있어 어떤 대답이 나올 지 호기심을 유발하지요. 이 제목을 스크랩한 뒤 엄마가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꽃미남이 대거 출연해 시청률은 급상승했지만 감동은 줄어든 것 같다’는 엄마의 댓글에, ‘난 ○○○의 노래를 들으니 눈물이 핑 돌던데요. 이번 출연자들이 외모만큼 노래 실력도 출중한 것 같아요’라는 언니의 반박 댓글이 이어질 수 있겠죠. ‘난 나가수 본다. 슈스케 관심 없어’라는 아빠의 심드렁한 댓글도요. 평소에 말이 없던 아이라도 이런 댓글 놀이라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겁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 TV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사를 활용하는 게 관건이겠죠.

◆사진 설명 달기=신문을 펼치면 기사보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게 바로 사진입니다. 신문 사진 속에는 인물과 사건의 다양한 스토리가 드러나 있게 마련인데요. 이런 사진을 보고 정황을 유추해보는 게임을 펼친다면 재미있는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답니다. 이때 얼마나 정확하게 상황을 유추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엉뚱한 이야기라도 귀담아 들어주고 “우와, 멋진 생각이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주세요. 그래야 창의적인 생각을 쏟아낼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중앙일보 11월 1일자 8면에 물에 잠긴 노란색 택시 사진이 실려있어요.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택시들이 침수 피해를 입은 모습인데요. 아이가 “물 속에 차가 있다. 타보고 싶다. 재밌겠다”고 말해도, 굳이 “이건 재해를 당한 차야. 재밌는 게 아니고 슬픈 일이야”라고 바로잡을 필요가 없다는 얘깁니다. 상상력을 펼칠 시간을 주고 나중에 기사를 보여주며 실제 사건을 설명해줘도 좋고, 아이의 상상에만 맡겨도 충분합니다.

◆가상 인터뷰=자신이 직접 기자가 돼 기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겁니다. 엄마가 기사 속 인물 역할을 맡아 준다면 재미있는 놀이처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파묻혀 … 쉬는 시간에도 복도 조용’(2012년 10월 22일자 12면) 기사를 읽고, 엄마는 애니팡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 역할을 맡고 아이가 기자가 되보는 거죠. ‘애니팡에 빠진 이유가 무엇인가요?’ ‘게임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나요?’ ‘애니팡 점수가 높아지면 왜 좋나요?’ 등의 질문을 직접 던져보면서 자신의 모습도 되돌아볼 수 있어요. 아이의 상황을 잘 반영해줄 기사를 찾는 게 중요하답니다. 

김진아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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