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조선소 기술자들, 비닐하우스 용접으로 생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신아sb는 1946년 출범 후 70년 가까이 경남 통영시와 고락을 함께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2010년 5월 채권단 워크아웃(채무개선작업)에 들어가 올 연말로 그 기간이 끝나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접한 중소 조선소들은 그새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지역 주민들은 ‘신아sb 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등 각계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집행위원장인 김민재(41·사진) 신아sb 노조 지회장을 1일 통영 본사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업장을 둘러보니 썰렁하다.
“올 들어 선박 수주가 한 건도 없다. 지금 건조 중인 두 척이 마무리되면 사실상 일감이 없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지난해 이후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상선 위주 조선소들이 많이 힘들어졌다. 3년 전만 해도 1300명이던 직원 수가 지금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다 만들어놓은 배도 몇 척 있던데.
“완공했지만 해외 발주처에서 찾아가지 않은 배가 7척이다. 계약서에 ‘인도 예정일로부터 210일이 지나면 선박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악용하곤 한다. 이런저런 추가 요구에 응하다 보니 작업 기간이 늘어난 건데 그걸 빌미로 발주를 취소하는 식이다. 그리고 당초보다 더 싼 가격에 재계약하기도 한다. 선박 시세가 떨어지고 불황이라 해운업계도 각박해졌다지만 해도 너무 한다 싶은 경우가 많다.”

-워크아웃 졸업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채권단 분위기는.
“속내를 모르겠다. 저가로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은 있다. 이거라도 받아서 일하면서 노력해보자는 생각인데 채권단은 원가 이하 수주라 선수금환급보증(RG)을 내주지 못하겠단다. 조선업 경기는 변동이 심해 침체기라도 버티면 훗날을 기약할 수 있는데 중소 조선업계의 회생에 금융권이 별로 관심이 없다. 9월 회계법인 실사로 회생 방안까지 나왔는데 채권단은 두 달째 협의조차 않는다.”

-어떻게 할 건가.
“ 다시 배를 열심히 만들어보고 싶다. 해보고 정 안 되면 다른 살길을 찾아야겠지만. 문 닫은 다른 조선소 근로자들은 선박 용접기술로 비닐하우스 용접 일을 다니며 가계를 꾸린다. 숙련 근로자들이 아깝다.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 이대로 가면 민간 상선 시장은 중국에 다 빼앗긴다. 조선업은 대형사가 하는 해양플랜트도 중요하지만 재래식 일반 상선시장이 두텁게 잘 버텨줘야 한다.”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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