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수출가, 원유가보다 싸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휘발유가 남아 돌면서 국제현물시장에서의 휘발유값이 원유 가격 아래로 떨어지는 기현상이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휘발유를 월평균 1백20만배럴 수출하는 국내 정유사들은 값이 떨어졌는데도 공장 가동은 줄일 수 없어 싼 값으로 어쩔 수 없이 수출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원유가 아래로 떨어진 국제 휘발유 시세〓두바이산 원유의 지난달 평균 가격은 배럴당 23.44달러였으나 휘발유(옥탄가 92)의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은 배럴당 22.51달러에 불과했다.

이처럼 휘발유값이 떨어진 것은 미국의 휘발유 소비 둔화로 재고가 쌓이면서 주로 미국으로 흘러갔던 중국산 휘발유들이 매달 2백만배럴 이상 싱가포르 현물시장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휘발유 재고는 정점에 올랐던 지난 6월 22일의 경우 2억2천3백만배럴로 전년도 같은 날의 2억5백만배럴에 비해 무려 1천8백만배럴이나 많았었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는 조금만 남아 돌아도 저장할 곳이 없어 생선 값처럼 폭락한다" 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9월부터 하루 1백만배럴(약 4%)의 원유 감산에 들어가지만 세계적 수요 둔화 때문에 이 조치로 유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 국내 석유업계의 명암〓휘발유를 수출하는 국내 정유 3사(S-Oil.SK㈜.LG정유)는 국제 휘발유값 하락폭이 원유값이 내린 폭보다 커 수익성에서 타격을 입고 있다.

여기에 내수마저 부진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 상반기 원유 도입량은 4억5천7백만배럴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4% 늘었으나 휘발유 내수 소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나 감소했다.

정유사들은 이에 대해 "수출용 휘발유의 경우 원유값보다 배럴당 3달러 정도 싼 벙커 C유를 다시 정제해서 뽑아내는 데다 '옥탄가 92' 보다 배럴당 2달러 이상 비싼 '옥탄가 95' 제품을 주로 수출하기 때문에 역마진까지 발생하는 상태는 아니다" 고 설명했다.

반면 타이거 오일.㈜쌍용.삼성물산 등 10여개의 석유류 수입업체들은 싼 값으로 휘발유 완제품을 들여올 수 있어 주유소 등에 대한 공급 가격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타이거 오일 관계자는 "6월 이후 계약한 휘발유 등이 국내로 들어오는데 1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8월부터는 내수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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