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잦은 원전 고장, 전면적 안전점검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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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월성 원전 1호기가 또 고장났다. 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하루 전인 28일에는 울진 2호기가 가동 중단됐다. 이틀 사이에 원전 고장이 두 건이나 일어난 것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발생한 원전 고장은 벌써 9건. 지난해 7건, 2010년 2건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다. 물론 당국은 경미한 고장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전적으로 믿는다 해도 고장이 잦다는 건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국민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수력원자력은 부품 납품 관련 비리와 직원들의 마약 투여로 신뢰를 많이 잃었다. 이런 터에 잦은 고장은 더 큰 불신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월성 1호기는 다음 달에 설계 수명 30년이 끝난다. 수명 연장 여부를 놓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수명 연장론과 폐기론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 논란에서 이미 경험했던 바다. 이런 마당에 고장이 잦다면 폐기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원전의 전반적인 안전점검이 절실한 건 그래서다. 지금처럼 부품 교체 등 땜질 처방으로 일관할 때가 아니다. 고장이 잦은 원인을 정밀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고장난 부품만 교체하면 되는 것인지, 원전 관리와 운영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 건지 등을 점검하길 당부한다. 여름철 전력 수급을 원활히 하느라 원전을 풀가동한 게 문제라면 차제에 유지보수 기간도 충분히 줘야 한다. 이 때문에 전력 공급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겨울철 전력 성수기를 앞둔지라 당국은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우선해야 할 건 원전의 안전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안전점검 때문에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기료 인상과 순환 정전, 절전 참여 등이 불가피함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거듭 당부하지만 원전은 절대로 무리하게 가동해선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여전히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