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4.8초 만에 시속 10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지난 6월 아우디 전기차 R8 e-트론은 20여 ㎞ 코스를 8분9초099에 달려 전기차 부문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아우디는 내년부터 이 차를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달 18일 독일 뮌헨에서 ‘아우디 퓨처 랩’이 열렸다. 아우디가 현재 개발 중인 첨단 기술을 언론에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관 입구엔 반으로 쪼개 속을 훤히 드러낸 레이싱 카를 세워놨다. 지난 6월 열린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아우디에 통산 11번째 우승을 안긴 R18 e-트론 콰트로다. 아우디의 미래 기술이 집약된 디젤 하이브리드 경주차다.

 아우디는 이미 디젤 터보 직분사(TDI) 엔진과 가솔린 터보 직분사(TFSI) 엔진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확연히 낮췄다. 현재 100개 모델이 넘는 아우디 차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0g/㎞ 미만이다. 이 가운데 33차종은 120g/㎞를 밑돈다. 그만큼 연비도 좋다. 아우디 홍보 총괄 크리스천 베그만은 “2015년까지 연료소모율을 15% 더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전동화’다. 전동식 스티어링과 워터펌프 등은 이미 상용화됐다. 아우디는 요즘 전기 터보차저(과급장치) 테스트에 한창이다. 기존의 터보차저는 배기가스의 흐름을 이용해 흡기를 압축한다. 때문에 엔진이 천천히 도는 저속에선 충분한 힘을 얻기 어려웠다. 그런데 아우디의 새 터보는 전기 모터로 들숨을 압축한다.

 행사장 인근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A6 3.0 TDI를 시승했다. 이 차의 엔진엔 기존 방식과 전기식의 두 가지 터보가 장착됐다. 평소엔 기존 터보만 쓴다. 하지만 급가속 땐 전기 터보가 끼어든다. 엔진에 의지하지 않아 반응이 훨씬 빠르다. 그만큼 가속 시간도 단축된다. 가속 초반 3초까지 전기 터보의 A6는 기존 터보를 단 A6을 차 두 대분 거리로 앞서갔다.

 여기서 ‘전동화’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게 ‘듀얼 모드’ 하이브리드다. A1 e-트론이 좋은 예다. 3기통 1.5L 가솔린 터보 엔진에 전기 모터 2개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짝지었다. 저속에선 전기 모터 단독 혹은 엔진과 함께, 이후엔 엔진만으로 달린다. 전기 모터로 달리면서 엔진은 충전에 전념할 수도 있다. ‘듀얼 모드’는 이처럼 동력원을 변화무쌍하게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우디 디자인 공모전에 뽑힌 미래의 도심용 자동차.

 A1 e-트론도 몰아봤다. 소리 없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가속이 인상적이었다. 제원에 따르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제로백’ 가속을 9초 미만에 마친다. 항속거리도 90㎞로 수긍할 만했다. 연비는 무려 1L 당 100㎞,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3g/㎞에 불과하다. A1 e-트론은 현재 개발 초기 단계다. 하지만 당장 팔아도 손색없을 정도의 성능을 뽐냈다.

 아우디는 하이브리드 카의 다음 단계도 준비중이다. ‘전동화’의 궁극적 목표인 전기차다. 내년 판매에 나설 R8 e-트론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아우디는 R8 e-트론으로 길이 20.832㎞의 독일 뉘르부르크링 북쪽 코스를 8분9초099에 달렸다. 전기차 부문 세계 최고 기록이다. R8 e-트론은 전기 모터 4개로 각 바퀴에 짝짓고, ‘제로백’을 4.8초에 끊는다.

 아우디는 풍력과 수력으로 전기와 수소, 합성 메탄 등의 ‘e-연료’를 얻는 ‘친환경 에너지 사슬’도 제안했다. 화석연료와 곡물을 쓰지 않는 에너지 생산 방식이다. 아우디는 현재 독일 잉골슈타트에서 ‘e-연료’를 시험 생산 중이다. 이날 ‘e-연료’인 압축천연가스(CNG)와 가솔린을 병행해 쓰는 A3 스포트백 TNGC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차의 항속거리는 780㎞에 달한다.

  뮌헨(독일)=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