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학 경계 허무는 우주의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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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하늘과 우주의 신비와 아름다움은 예로부터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특히 19세기에 사진기가 발명된 이후 천체 사진은 천문학자뿐 아니라 예술가들이 상상력을 펼치는 주요한 마당이 되었다. .

달의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초록색 행성 지구의 아름다움,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점점이 빛나는 별들의 이동경로가 그리는 호선(弧線) 들, 황량한 들판 먼 위쪽에서 날카로운 호선으로 떠오른 그믐달, 캄캄한 우주를 휘황한 불꽃의 꼬리로 물들이며 날아가는 혜성의 사진은 외경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대전 한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별들의 평원에서 : 사진가와 하늘' 전은 사진이라는 기계적 매체를 통해서 예술과 과학, 꿈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의 관계를 조망해보는 기회다(8월 11일까지) .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지난 3월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 스타츠갤러리에서 열렸던 기획전을 한국으로 옮겨온 전시행사. 당초 19~20세기를 포괄하는 전시였지만 이번 한국전에는 1926~2000년까지의 작품으로 폭을 줄였다.

전시작은 초현실주의 화가이면서 사진작업을 했던 만 레이를 비롯해 라즐로 모홀리나기.알렉산더 로드첸코.라울로 위박 등 20세기 모더니즘 대가들의 역사적 사진으로부터 최근의 조르쥬 루스.토마스 루프.베르나르 포콩 등의 회화같은 사진과 미 항공우주국의 달 기록사진 등 역사적.조형적.과학적 사진을 망라한다.

만 레이의 '달은 니아섬에 뜬다' 는 아프리카 원시조각을 배경으로 둥근 달이 떠올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상화가 모홀리나기의 작품은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을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웅크린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한림미술관 이수균 학예연구실장은 "사진과 예술 그리고 과학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천체.우주 사진작품들" 이라며 "이번 전시는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고 예술가들이 인도하는 별들의 평원을 방문해볼 수 있는 기회" 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이상 4천원, 초중고생 2천원. 042-22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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