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예방 백신 없어 … 간 수치 높으면 꼭 검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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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은 조기 발견해 치료 받는 게 중요하다. 김창민 이사장이 C형 간염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오는 20일은 간의 날이다. 간암은 40~50대 남성 호발 암 1위, 생존율은 평균 14개월로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대한간학회는 간의 날을 맞아 전국병원을 중심으로 공개강좌와 콘퍼런스를 열 예정이다. 이번 간학회에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주제는 C형 간염. 이제껏 조명받지 못한 C형 간염이 주제가 된 까닭은 그 위험성 때문이다. A형 간염은 3~4년 전 대유행 후 예방접종률이 올라가 환자 수가 크게 줄었다. B형 간염은 20여 년 전 필수예방접종 사업으로 새롭게 생기는 환자가 드물다. 이제는 C형 간염이다. 면도기·내시경·침·주사기 등을 같이 쓰거나 문신·피어싱 등을 하며 전염된 사례가 가장 많다. 하지만 C형 간염 보유자 중 70%가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줄 모르고, 이들 중 대부분이 간암으로 진행한다는 데 위험성이 있다. 김창민(국립암센터 소화기내과) 대한간학회 이사장에게 C형 간염에 대한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C형 간염바이러스(HCV)는 A·B형 간염바이러스(HAV·HBV)와 어떻게 다른가.

“A·B·C형 간염바이러스 모두 간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침·분변 등을 통해 전염되며 급성에 그친다. 몸살이나 황달 등 증상을 보이다 한두 달 내 종료된다(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음). 초기에 열을 내리고 수액을 맞는 등의 대증요법을 쓴다. 간암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 몸에 들어와 간 세포를 변형시킨다.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조용히 간세포를 변형시킨다.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35% 정도가 간암으로 이행된다. 다행히 30년 전 10% 이상이었던 유병률이 최근 3%대로 뚝 떨어졌다.

C형 간염바이러스는 B형과 양상이 비슷하다. 문제는 예방 백신이 없고, 성인에서는 간암으로 이행되는 비율이 B형에 비해 더 높다는 것. 만성 C형 간염에서 절반이 간경변증으로 이어지고 이 환자가 30년을 더 산다고 쳤을 때 30~100%(논문에 따라 다름)가 간암으로 이어진다.”

-간수치가 정상이면 C형 간염이 아닌가.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다. 흔히 말하는 간 수치는 간 염증 수치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걸리면 일시적 염증 반응으로 간 수치가 확 올라간다. 이게 보통 몇 달 안에 그친다. 몸살이나 황달 등을 앓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좀 피곤하다 말다 하는 증세를 보이다 그냥 넘어간다. 이렇게 급성기가 지나고 만성기로 접어들면 염증이 줄어 간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간경변·간암인 상태에서도 간 수치가 정상이다.”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하던데

“아니다.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등의 복합치료는 완치율이 80%에 달한다. 10여 년 사이 치료제 연구가 빠르게 진행됐다. 심지어 부작용을 줄이는 약제인 텔라프레비어·보세프라비 등도 개발돼 완치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어떤 경로로 전염되나. C형 간염 환자는 가족과 식사도 하면 안 되나.

“C형 간염은 혈액으로 옮는다. C형 간염 환자가 칫솔·면도기·손톱깎이·날카로운 참빗 등을 쓰다 거기에 묻은 혈액이 다른 사람의 점막을 통해 들어갈 때 전염될 수 있다. 불법 침 시술, 주사기 재 사용, 소독되지 않은 내시경 사용 등은 유의해야 한다. 식사로는 옮을 가능성이 극히 적다. 하지만 B형간염과 다르게 부부관계나 모유수유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어떤 사람이 C형 간염 고위험군인가

“주사제 마약중독자, 에이즈 환자, 혈우병 환자, 혈액투석 환자, 과거(1992년 이전)에 수혈받은 사람, 주사기와 혈액을 다루는 의료계 종사자 등이 고위험군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가 환자의 50% 이상이다. 원인은 모르지만 해변가 등 C형 간염 환자가 많은 지역도 있다. 위험군은 수년에 1회씩, 일반인은 평생에 몇 회 검사받을 것을 권한다. 특히 간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C형 간염검사를 꼭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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